개인적으로 ​이 책은 눈길이 가게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이라니...

  그러나 한편 또 제목을 완전 잘못 지었습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는 이 책의 1장만을 대표하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위험한 생각들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음모론 역시 위험한 생각들 중의 하나라 해야할까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는 늘 음모론에 휩싸입니다. 정확한 해명이 없었거나, 뭔가 석연찮고 미진해 보이거나, 혹은 그냥 이 비극적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 원망하고 싶고 분노하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솔솔 흘러나오는 거대한 음모론. 그리고 그것이 증폭되기 시작하면 어느새 '혹시나...?'하는 생각도 모락모락 일어나게 되는. 적극적으로 루머에 대해 해명하게 되면 역시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 저렇게 정색하나 보다 하고, 또 가만있으면 역시 찔리는 게 있으니 가만히 있나 보다 하고. 대중들은 그야말로 한 번 음모론이 제기되기 시작하면 진실이야 어떻건

아니 뗀 굴뚝에 연기 안 난다며 어느새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고 믿어버리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각종 찌라시의 천국이잖아요? 각종 SNS에서도 여기저기 퍼다나른 근거 유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득실댑니다. ​이렇게 증폭되는 음모론에 대한 이유, 그에 대한 대처 등에 대해 1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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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것들은 우리가 정보가 충분치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범람하고 넘쳐나지만, 정작 중요한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누군가 권력을 이용해 정보를 움켜쥐고 있다는 생각에서 음모론이 솟아나는 걸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음모론은 '절름발이 인식'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음모론이 위험한 것은 폭력이나 테러 같은 잘못된 행동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죠. 또 저 개인적으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관심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이렇게 음모론에 대한 담론으로 채워진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원제가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인 만큼 제2권리장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권리에 대한 생각, 잘못된 두려움, 비용 편익 분석을 위한 행동경제학, 동물의 권리, 결혼할 권리, 기후변화와 국가별 분배, 종교에서의 성차별, 신진보주의, 최소주의와 중간주의에 대해서

각 장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애초 학술논문지에 실렸던 글들인 만큼,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제 경우에는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지는 않았다는 거? 좀 더 재미있는 사례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새로운 시각들을 많이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결혼이라는 것을 공적 제도로는 인지했지만, 국가에 요구하는 일종의 권리, 혹은 정부 간섭의 일환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결혼제도 같은 개개인의 협약(?)을 국가에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았네요. 오늘 간통법이 위헌 판결로 62년 만에 폐지된 기사를 봐서 그랬을까요. ㅎ

  또 기후변화를 향한 접근은 저와 좀 달랐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덮으며 문득, '그렇다면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의 저자는 과연 이 책에서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니 저 역시 음모론에 휩싸여 있는 걸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