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황제>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김희선의 소설집이다. 이 기이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치 사실인 듯 사실 아닌 미스터리 한 르포 같은 소설. 정말 나는 각각의 시사 르포를 보는 듯한 느낌에 왠지 이게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는 아닐까 자꾸만 의심하게 되었다. 실제로 기자처럼 모두 직접 취재한 이야기는 아닌가 싶은. 작중 화자 역시 마치 이 이야기를 취재라도 한 듯, 저 멀리 어딘가에 있다.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는 한때 거실마다 깔려 있었던 그 화려했던 양탄자의 역사(?)를 보여주며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한 개인에게 진실로 남아있는 한 사건을 보여주고 있으며, <교육의 탄생>에서는 천재 소년 최두식을 통해 국민교육헌장이 탄생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이 되는 이야기랄까.   <라면의 황제>는 이 소설의 표제작이기도 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먼 미래, 이제 라면이 유해한 식품으로 규정되어 더 이상 법적으로 먹을 수 없는 식품이 되어버린 어느 날의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라면을 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ㅋ 글쎄, 라면회사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이야기겠지?   <개들의 사생활>에서는 진짜 이유와 보여지는 그럴듯한 표면적인 모습과의 괴리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 김범식은 단순히 사이코패스였을까, 아니면 정말 그 나름대로는 인류를 구하고 싶었던 선지자였을까.    어떤 이야기의 진짜 이유와 사연에 대해서, 보여지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떻게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사실과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이야기, 그 간극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들게 했던 각각의 단편들.     나머지 이야기들은 W 시를 둘러싼 SF 적 이야기들이다.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일종의 역복제에 성공해 엄마를 탄생시킨 한 과학자의 이야기 (이 역시 그가 실제로 역복제에 성공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명확히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렇지 않을까 추측만 하게 되는), W 시 도시 상공에 나타난 비행접시에 대한 이야기 <지상 최대의 쇼>. "모든 평범함이 그렇듯 과거는 잊혀갔고 사람들이 겪은 일들은 허구가 되었다. 상황은 종료되었으며,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P 176)"에서 보여주고 있는 진실의 의미. 꽤 깊고 무거운 여운이 남는 대목이었다. 결국 진실이라는 것은 기억하는 자의 기록에 따르는 것일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사실은 허구와 다름없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경이로운 도시> 역시 W 시에 나타난 외계인들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외계인을 식물로 분류, 심지어 식품으로 가공하는 어찌 보면 끔찍한 이야기다.   이외 <어느 멋진 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역시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진실과 가까운가, 그리고 진실이건 아니건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우연과 운명, 그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갔을 접점. 그래서 왠지 무참하게 쓸쓸하고 찜찜하고 무기력해진달까.   여튼 뭔가 신선하고 독특하고 기발한 단편들.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들이지만 묘하게 하나로 관통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