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수많은 문학 작품들... 그런데 그가 평생에​ 걸쳐 수많은 서평을 쓰며 폭넓은 독서 체험을 독자들과 공유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무려 3천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를 기고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중 빼어난 글 73편을 가려 뽑은 것이라 한다.

  뛰어난 작가가 사랑하고 탐독했던 책들은 무엇일까. 그가 했다는 저 말이 왜 이리 마음에 콕 박혀 왔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독서를 할까? 지식 함양, 자기계발, 스토리가 주는 즐거움 등 그 이유는 모두가 제각각이겠지. 그러나 나 역시 결국은 내 안으로 보다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예전엔 읽고 좋았던 책, 정말 감명받았던 책에 대해서만 감상을 남겼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편독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읽은 모든 책에 대해 감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서평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여 부끄럽고, 그래서 그냥 기록처럼 남겨보기 시작한. 그래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하자면, 아무래도 감명받은 책에 비해 그렇지 않은 책의 감상은 많이 빈약하다. 기록 자체에도 의미는 있지만, 진정한 경탄만을 담고 있지는 못한달까.

  뛰어난 문호인 헤르만 헤세에게는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 그의 서평을 받기 위해 책을 보냈고, 그래서 그는 늘 읽지 않은 책들의 더미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분명 그중에서는 그의 성향이 아닌 책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좋은 글들만 뽑아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의 글들을 보며 진정한 서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경탄을 마지않았다. 그가 아우르고 있는 문학적 직관과 그의 문장들은 감히 질투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유려하다.

  한 권의 책을 몇 페이지로 집약하고 있어서일까. 카프카부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까지, 그리고 공자, 노자 등 동양을 향하는 그의 관심까지 책 한 권을 모두 담고 있는 문장들인지라 읽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헤세 덕분에 나는 73편의 작품을 거저 읽어낸 기분이랄까. 특히 그가 불멸의 작품이라 칭하고 있는 몇몇 작품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거장의 힘을 느끼며,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권한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아까운, 야금야금 꼭꼭 씹어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는 기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