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범죄 전문 기자 초르바흐
접촉한 사람의 '과거를 보는' 맹인 물리치료사 알리나
아이들을 죽이고 눈알을 파내는 잔인한 연쇄살인마 '눈알수집가'

누구도 믿지 마라, 이 죽음의 숨바꼭질에서는

 

 

맺음말

 

알렉산더 초르바흐

 듣는 사람의 정신 속에 녹슨 갈고리를 점점 더 깊이 박아 넣는 죽음의 나선 같은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무궁사-無窮死,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작동한다는가상적인 영구 기관(무궁동, perpetuum mobile)을 변형시킨 언어 유희-라 부른다. 시작한 적도 없고 절대 끝나지도 않을 이야기, 영원한 죽어감을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청중이 보내는 경악의 눈빛을 무엇보다 즐긴다. 또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밤에 혼자 침대에 누워, 잠들 수가 없어 천장만 쳐다보다 영락없이 악몽에 시달리게 될 것을 기꺼워한다. 그 이야기는 때로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 사이에 들어 있어서, 책을 덮으면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 바로 지금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다.
더 읽기 말라!
어째서 당신이 이 대목까지 왔는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란 것뿐이다. 이 끔찍한 기옥은 마땅히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이 가장 미워하는 원수의 손이라 할지랃.
내 말을 믿어야 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서 하는 말이니까.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책을 치워버릴 수도 없었다. 이건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 나왔던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조금 전까지도 숨 쉬었던, 사랑했던, 살아있던 어떤 사람의 살덩이를 껴안았던 남자의 이야기, 영화도 아니고 전설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이야기.
이 이야기는 나의 운명이다.
나의 삶이다.
 고통의 최정점에 서서 죽음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으 알게 된 남자, 그 남자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