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공포스런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 공포 소설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의 유명한 호러 소설가 러브 크래프트는 '공포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가장 강한 감정'이라고 했다. 이미 우리가 책을 통해 보기 전부터 무서운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다.
 동양과 서양의 공포소설은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동양에서는 귀신이나 영적인 존재를 통해 그들의 한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서양에서는 괴기스러운 괴물이나, 살인마 등을 통해 잔인함과 괴기성을 바탕으로 공포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것에 의해 느껴지는 감정이 아닐까? 공포 영화를 볼 때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귀신의 모습에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하는 것 역시 무지에서 오는 공포,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막막한 무언가에 대한 공포 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소설들을 모아보았다. 피가 난무하고, 귀신이 돌아다니거나 드라큘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모호한 공포,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가슴을 조여 오는 심리적인 압박감, 추리 소설을 연상케 하는 긴장감과 미스터리, 판타지와 공포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환상 괴기소설. 굳이 분류를 짓는다면 '초자연적 소설(Supernatural Fiction)'이라 할 수 있다. 동서양의 명작들을 모아 놓은 이 단편집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호러 소설과 만나보길 바란다.

- 옮긴이의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