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지금의 영화속 주인공보다 더 낭만적이고 고혹적인 느낌이다.

천연색이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순수성, 순애보적인 사랑을 40-50대의 어른들은 흑백 영화를 통해 느꼈을 것이다.

1950년 전쟁이후부터 60년대 말까지 한국 영화는 유치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표현해 내는 세상살이의 고달픔과 남녀 간의 사랑은 여러 가지 문명의 기술로 화려하게 치장한 지금의 영화보다 순박해 보이면서도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한국영화의 기념비적인 영화 오발탄을 비롯하여 피아골, 옥단춘, 성춘향 등 우리 영화사의 주춧돌이 된 고 김진규씨에 대한 김보애 씨의 자서전적인 글이다.

“김보애”라는 이름은 낯설은 이름인데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의 주연을 맡은 김진아의 모친이라고 한다.

자신의 걸어온 삶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쓴 글로 논픽션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술술 읽혀지는 책이었다.

우리나라 영화사도 알 수 있고, 작가가 음식점을 경영하며 만난 전직 대통령,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 영화계에 입문하여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꾸밈없이 말하고 있다.

김보애씨는 평범한 가정 주부가 아니라 남북 협력 사업도 일구어내고, 야당 및 재야인사들을 도우는 생각이 깨어 있는 분이셨다.

김진규 씨와 이혼하였지만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면서도 아이들의 아빠였기 때문에 늙고 병든 전 남편을 다시 품어 편히 갈 수 있게 옆에서 돌보아 준 것은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