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노시타 쇼죠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평범한 일본 제국의 신민이고 싶었던 인간 이봉창의 이야기이다. 흔히 어린이용 위인전에서 다루어지는 멀쩡한 집안이 일본의 횡포로 망하고 어릴 때부터 강한 반일의식을 가지고 성장.... 이후 도덕군자처럼 살면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만을 생각하는 애국투사... 뭐 이런 식으로 포장되던 이봉창의 전기에서 벗어나서 인간 이봉창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김구 선생의 애정으로 말미암아 공식적인 기록이 지나치게 애국 일변도로 포장되었던 이봉창의 진면목의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봉창의 의거가 의미가 없다라든지, 아니면 과대포장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말보다 일본어가 익숙해서 처음 상해 임정을 찾아갔을 때 왜인으로 오인받아 쫓겨나기까지 했던 이봉창. 그는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길래 그렇게 일본어가 능숙했을까? 그 시기 그처럼 일본어가 익숙한 조선인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봉창의 행적을 쫗으면서 상해 임정의 초라한 모습(독립투쟁은 고사하고 간판을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힘겨운 투쟁이었던 시기), 외교노선을 포기하고 테러리즘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던 김구의 결단, 아무의 도움도 없이, 심지어는 일본 왕의 얼굴도 모르고, 당일 이동 경로도 파악하지 못한채 나선 일본 왕 폭살시도와 같은 지금으로부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테러 계획 등등 오로지 신념과 열정 하나만으로 그 어설픔을 상쇄하는 가슴아픈 민족해방투쟁의 일면이 상세하게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