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도 만만치 않고 읽기도 쉽지많은 안은 책. 사실 3권은 읽을까 말까가 좀 고민스럽기도 한 책이었다. 스토리가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읽어나기기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읽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살면서 숱한 상처를 받고, 스스로가 분열되고,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자아가 스스로 인식하는 자아가 분열되고,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가 분열되는 안나 울프의 생애가 이상하게도 내 삶의 일부와 겹쳐지는 느낌이 있어서 읽는 과정이 고통스러웠을까?

자신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하고, 그 속에서 다른 것들에 분노하고, 때로는 상처 받은, 혹은 실패하고 규정한 것들은 가벼운 정의로 봉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구석구석 내 몸과 마음의 일부에 그렇게 버겁게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

일말의 두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걱정했던 대로 안나가 갖가지 색깔의 노트를 정리하고 황금노트북의 집필(?)에 들어간다고 해서 특별한 화해나 평안함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을 분열된 조각조각으로 인식하던 단계에서 벗어나서 통합적으로 인식하려는 아픈 몸부림이 새로 시작된다고나 해야 할까?

 평생을 진보라는 가치에 집착하면서 산 안나와 몰리, 그런가하면 안나의 어린 딸은 가장 보수적인 기숙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엄마의 진보는 아이에게 닮고 싶지 않은 거부하고 싶은 불안정으로 보였을까? 공산주의자인 몰리의 아들 토미는 아픈 과정을 거쳐서 자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글쎄, 이전의 비인간적인 자본가는 아닐 거라는 몰리의 위안은 과연 현실화될까?

한 세대의 투쟁은 다른 세대와 또 어떤 소통을 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