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주제와 색다른 접근방법으로 역사의 한 면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제목은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지만, 부제가 '근대 기생의 탄생과 표상 공간'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기생의 역사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식민지 지배권력에 의해 재창조된 기생의 역사를 보는 것이다.
이 시기 기생의 역사를 보는 방법으로 이 책에서 선택한 방법은 사진 자료를 통한 기생의 재구성이다. 따라서 주제인 기생 개개인의 인생사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식민지 지배권력이 만들어낸 표상으로서의 기생이 등장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타자로서의 조선, 그 속에서의 정체성, 미개성, 불결성 등을 하나를 상징하는 코드로서 기생이 설정되는 한편, 다른 면(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면)에서는 성적인 해방구나 관광상품으로서의 기생이 존재하는 방법을 일제의 사진기록과 포스터, 엽서 등에 등장한 기생의 모습을 통해서 보고 있다. 부차적으로는 일본의 위생검열 등 각종 정책을 통한 기생지배, 나아가 조선 지배의 실상을 일면이나마 보고 있기도 하다.

건조하고 딱딱하게 쓰여져 있는 논문이나 학술서적에 가까워 기생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일제 식민지 권력의 의도를 파헤친 면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일면적으로 식민지 타자의 표상으로서만 기생을 보았다는 면은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책 자체가 근대사진연구총서로 기획되기는 하였지만, 일제의 식민지 권력의 의도와 지배는 그것대로 다루되, 그 대상이었던 기생들은 실제로 어떻게 이에 대항하고, 또는 순응하였는지도 서술이 되었으면 좋았을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생은 마치 식민지 권력이 타자화해서 틀에 가둔 기생처럼 박제화된 느낌이 들고 있다. 역사학이 아니라 기록학적 측면의 접근이 낳은 한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