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보통 역사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그 시대의 생활모습이나 풍습, 거리의 모습, 거래나 법의 집행 등등의 생활사의 편린들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새로운 시도로 쓰여진 트로이 멸망 시기의 이야기이지만, 역사적 배경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신화와 거의 다를 바가 없고, 단지 신화의 주인공이 아닌 궁전의 시녀나, 평범한 군인, 마굿간 지기의 눈과 입으로 그들이 겪는 그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등등을 이야기할 뿐이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단순히 헬레네라는 한 미녀가 아니라 당시의 에게해를 둘러싼 트로이와 그리스의 헤게모니 다툼이 한 원인이라는 것도 잠깐 흘러가는 이야기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파헤쳐지는 것도 아니고, 한 때 무역으로 번영했던 트로이가 이 전쟁으로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가 제대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자로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소설도 아니다. 그저 그들의 이해못할 또는 불가항력적 행동은 그들의 의지에 반하는 신의 장난으로 치부될 뿐이다.

익숙한 이름의 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학상을 수상했다기에 좀 기대를 했었는데, 크게 내 취향은 아닌 책인듯......


그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해서 그 주제에 관련된 책들은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가볍게 시간을 보낼만한 소설을 원할 때 볼만한 책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