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무렵 고립된 섬인 건지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의 편지글로 연결되어서 처음에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잘 잡히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읽을 수록 빠져드는 오랜만에 마음이 벅찬 소설이었다.

독일군에게 점령된 작은 섬, 먹을 것도 부족하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독일군의 통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어느날 우연히 몰래 잡아먹는 돼지때문에 졸지에 독서클럽이 형성되고, 평생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은 점차 책이 주는 감동에 빠져든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 책의 한 축이라면, 보다 중요한 축은 서로를 아끼는 작은 섬 사람들의 마음이다(물론 남의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배신자도 있지만....)

전쟁 후 한 별로 유명하지 않는 여작가가 소장하고 있던 한 권의 책이 중고서점을 거쳐 건지아일랜드에 살던 한 남자에게 전해지고, 몇번의 편지교환 끝에 여작가는 그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한다. 얼마 후에는 직접 섬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살기로 하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애정, 끝내 독일군 수용소에서 죽고 말았지만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한 여인,  엄혹한 전쟁상황 중에서도 펼쳐지는 독일군과 섬 사람람들의 조용한 우정(굶주린 섬사람을 위해서 어떤 독일군은 감자 수송 중에 일부로 땅에 감자를 많이 떨기기도 하고, 몰래 의약품을 빼내서 마을 사람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일부는 독일군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도 생기고, 그런가하면 독일군에게 강제 사역당하는 탈출 포로를 목숨을 걸고 도와주는 섬 사람도 있다) 등등이 참 담담하게 펼쳐져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상대한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독일군이든, 건지 아일랜드 사람들이던, 모두 평범한 사람들임을 편하게 드러내어서 참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에는 참으로 따뜻한 사랑이야기(이웃간의 사랑, 고아 소녀에 대한 사랑, 남녀의 사랑)이야기까지 즐겁게 펼쳐진다.

담담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경쾌한 편지 문구가 재미를 더하는 소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구해서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는데, 작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단 한권의 책이라서 퍽 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