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완독 하게 된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오듀본의 기도>입니다. 사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여러권 가지고 있긴 하지만, <칠드런>이나 <중력 삐에로>같은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닌지라 중간 정도 읽다가 결국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밌는 작품을 많이 쓰는 작가로 생각하시기에 ‘으흠... 그래도 <오듀본의 기도>는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작품에 몰입. 그리고 처음으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점을 털려다가 발각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 나(이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섬에 와 있습니다. 이미 현대인들에게는 잊혀진지 오래 된 의문의 섬 오기시마. 이 섬은 정말 이상한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말을 하는 허수아비, 모든 것을 반대로만 말하는 남자, 개를 닮은 ‘나’의 안내인, 엄청나게 살이 쪄서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섬의 법률 상 살인이 암묵적으로 허용된 남자까지...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이죠. 이 섬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허수아비가 살해(?)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살인은 일어납니다. 왜 허수아비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범인은 누구이며 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뭐, 인물 소개는 이정도면 될 거 같네요. 모든 인물이 특징적인지라 개성이 넘칩니다. 그런데 딱히 크게 재밌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재밌는 책을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하는 감동이나 아쉬움 같은 것이 남아야 하는데 이 책은 그냥 책 덮고 끝이네요. 번역 하신 오유리 씨는 ‘이사카 코타로 이 사람 천재 아냐?’ 라는 후기를 남겨 놓으셨던데 저는 딱히 공감이 가지는 않네요. 물론 한 작품만 읽고서 이 작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안 좋은 것이란 건 알지만, 첫 만남이 그렇게 좋은 만남이 아닌 것이 안타깝군요.

 그래도 <오듀본의 기도>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주더군요. 제목에 등장하는 ‘오듀본’은 제임스 오듀본이라고 하는 조류 학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학자가 연구하던 나그네 비둘기라는 새가 나오는데 20억 마리가 한 번에 몰려다니던 거대한 군집이었으나,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서 멸종되어버린 종이라고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개체이다 보니 죽이고 또 죽여도 수는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 미련한 인간들이 초래한 결과겠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줄어만 가는 나그네 비둘기를 알아채지 못한 인간들. 한심하죠.

 아무튼 <오듀본의 기도>의 메인은 미스터리입니다. 아, 작가는 독자에게 한 가지 더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오기시마 섬에 전설로만 전해지던 이야기가 있죠. ‘이 섬에는 무엇인가 한 가지가 없다. 그것은 섬의 밖에서 온 사람이 가져다 줄 것이다.’ 라는 전설이죠. 과연 오기시마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부족한 무엇인가를 섬에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