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가 러시아작가인 유리 나기빈이라기에

러시아문학에 대한 선입견과 더불어

아버지의 부재, 의붓아버지, 종군기자등의 단어로 요약되는 작가의 삶에대한 이야기를 보았기에

어둡고 힘겨운 삶의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을까라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유리 나기빈은 아이들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 '겨울 떡갈나무'는 그러한 작가의 대표적 단편 6편을 골라 묶은 단편집으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인 듯 하다

6편의 이야기가 모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등장하여 그들만의 순수함과

그러한 순수함이 보여줄 수 있는 실수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 옆에는  세상에 너무도 적응(타협)해버린 어른들이 등장하여

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기도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켜봐주는

참된 어른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가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것을 생각하게하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하면서

 때로는 유쾌함과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늙은 거북, 사내애들등의 단편에서는  책임감과 연민, 의무등

생명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하기도하고

표제작인  겨울 떡갈나무나 빨간머리 초록새 등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자신이 보지 못한것에 대해서는 믿으려하지않는 어른들의 모습을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코마로프라는 작품으로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한 작품이라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도 많은 개구쟁이 소년 코마로프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깐깐한 보모

결국 코마로프는 유치원에서의 탈출을 감행하게되고

이를 우연히 발견한 '나' 는 아이의 신나는 모험을위해

조용히 코마로프의 뒤를 따르며 지켜줄 뿐이다

물론 코마로프의 탈출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끝나지만

코마로프에게는 쐐기풀 줄기와 솔방울 두개 그리고 살아있는 개구리라는

엄청난 전리품이 남게되었다

이 짧은 이야기 한편을 읽는 동안

자유롭게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나가는 7살 소년의 기쁨과 호기심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와

함께 살짝 들뜬 흥분을 느끼게도되고

말없이 뒤따르는 화자인 '나'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켠이 다뜻해지기도 하면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던 작품이다

6편의 단편이 사랑, 믿음, 자연의 아름다움등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이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아이들의 감정을 너무도 완벽하게 그려낸 듯한 작가의 표현력과

(아이들의 감정을 헤아리는)이해력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나역시 어린 시절을 지나왔고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과연 이 작가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했던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 보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안나 선생님, 파블로프, 황소주인, 나, 바샤의 엄마등)은

세상과 타협하고 살고 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 잘못을 반성할 용기가 있거나

아이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봐주고 혹은 아이의 뒷에서 묵묵히 지켜봐 줄줄 아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 우리는 파블로프처럼 아이들에게 '현실을 알아야한다'는 말로

내가 본 것 내가 알고 있는것만이 전부인양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부시킨이나 쌍둥이아이들처럼 사실은 아이들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까지

더 많이 보고 들으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져보게 된다

아이들을위한 동화이지만 '한 번도 동화를 쓴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 적은 없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른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