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힘들때마다 안기던 곳이 부모님 품이고 내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었던, 뭐든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할 수 있었던 슈퍼맨 같던 분이 바로 부모님이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도 힘들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부모님인 것 같다. 아직도 힘들때는 어린아이같이 부모님께 투정(?)을 부리게 된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시는 분이고 가장 편한 분이며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정작 부모님은 이제 나이가 들어 내일모레면 환갑을 바라보시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의 내 나이가 내가 태어났을 때의 부모님 나이가 되어 버렸으니..  이제 지금 살아온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과의 이별을 준비(혹은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얼마나 돌려드렸을까. 항상 우리아들, 우리아들 하시면서 아들은 뭘 좋아하고 아들이 무엇때문에 힘든지 잘 아시지만, 정작 나는 부모님이 진짜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부모님이 무엇때문에 힘들어하시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있을까..
 항상 가정환경기록부에 부모님 학력을 적으면서 무의미하게 지나갔던 부분들.. 과연 나는 부모님의 학창시절의 추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던가. 항상 나 는 내 이야기만한 것 같다. 내가 즐거운 이야기, 내가 힘든 이야기, 내가 슬픈 이야기만.. 항상 아들 언제 집에 오느냐며 전화로 묻곤 하시지만 일이 바빠 못간다고만 하고 일에 찌들어 있을 땐 그 전화마저도 일상적인 안부전화로 끝나버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든 부모님께 그런 전화로 듣는 목소리가 얼마나 큰 기쁨일지 헤아려 드린 적도 없고, 전화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로 소중하고 기쁜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적도 없는 것 같다.
 현실의 바쁘고 힘든 일상을 지내면서 환경과 생활 탓을 하고, 앞으로의 진로, 직장, 결혼 같은 나의 문제에만 집중하며 나중에 조금만 더 자리잡으면 그땐 뭐도해드리고 뭐도 해드리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실은 부모님께서는 바로 지금, 자식과 함께하는 것을 원하신다는 것이다. 
 항상 곁에 계셔서 언제나 내 곁에 계실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곁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분들이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식때문에 항상 걱정하시고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에게 이제라도 그 마음을 알아드리고,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그 어리던 자식이 이만큼 성장했다고 보여드리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네"
중학교 한자 수업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말이지만 그 참의미를 얼마나 깨닫고 있었던가. 우연히 집어든 책이지만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해준  책에 별점으로 메길 수 없을만큼 큰 감동이었다.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전화통화라도 마음을 다해,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