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랜드 러셀.. 그는 과연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어떤 이유를 들어 설명했을까. 그는 어떤 이유로 기독교를 ’배척’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뭔가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유쾌한 문제제기가 있을 줄 알았으나 그런건 없었다. 그가 말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역사적으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정의나 선이 실현된 적이 없다. 오히려 기독교는 사회적 악의 근원이었을 뿐이다.’
 부인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때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자행된 마녀사냥이나 이교도 배척, 암투 등은 일일이 설명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 확실히 중세도 그렇고 기독교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벌인 모습을 보면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이니 선이니 하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표현되는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근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오류가 아닐까. 깨진 거울에 비친 햇살이 왜곡되었다고 해서 햇살이 원래 찌그러져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그런 식의 판단은 ’거대담론’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밖에. 그가 성경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고, 모든 기독교인을 만나서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본 것도 아니지 아닐텐데.. 비기독교인들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도 아니고.. 기독교라서.. 가 아니라 ’그 사람’ 또는 ’그 사람들’이 문제인거지..

두번째, 성경 구절을 상당히 ’조선일보’스럽게 인용하고 있다. 
 기억나는 부분은"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마태복음10장). 러셀은 이 부분을 빌어 기독교는 결코 평화나 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이걸 갈등의 씨앗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종교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에게 가족간의 갈등을 첨예화시켜 가족 다 버리고, 가족이랑 싸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게 절대 아니다. 이는 ’진리’가 하나님께 있으니 가족으로 인해 그 ’진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으로 뒤의 구절은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느니라"는 부분이다. 내가 찾은 진리가 O라고 할 때, 가족들이 X를 강요한다고 해서 같이 X로 가는 것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싸움’이란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걷는’ 싸움이지 실제 생활에서의 ’물리적’폭력이 아니다. 결코 물리적 폭력을 휘둘러 나와 다른 자들을 다 없애고 나를 반대하는 이교도들을 칼로 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교도가 칼로 치면 하나님을 증거하며 맞아 죽는것이 하나님 뜻에 가까운 일일 수도. 만일 물리적 폭력이었다면 예수님은 게릴라를 조직하고 자신의 추종자들을 동원하여 로마, 그리고 유대 지도자들과 싸우고 자신의 나라를 건설하려 했을 것이다. 뭐 이후 기독교의 역사가 세상 권력에 맛을 들이고 그걸 유지하고자 돼먹지 못한 행각을 많이 벌이고,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경 어디를 읽어봐도 세상에서 권력을 잡는 것이 결코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
 저런 식으로 한구절 한구절 찾아보자면 이런거 말고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화있을진저 여호와의 날을 구하는 자여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날을 사모하느냐 그 날은 어둠이요 빛이 아니라"(아모스 5장) 아모스 구절은 죄지은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돌이킴이 없이 그저 ’빛난 영광’만을 바라고 있는 모습을 꼬집고 있다. 앞뒤 문맥을 모르면 그저 기독교인이 바라고 있는 하나님의 날이 어둠뿐인데 왜 성경에도 나오는걸 모르냐고 할 수 밖에.

세번째,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은 ’신앙’, 신이 없다는 것은 ’이성’?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의 이성 밖의 일은 당연히 존재한다.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자연적 현상의 많은 부분을 인간의 이성 범위 내로 끌어들이긴 했지만,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역시도 하나의 ’맹신’일 뿐이다. 인간의 이성은 1,2,3,4,5 다음은 6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가진 ’법칙’ 내에서의 예상일 뿐, 1,2,3,4,5 다음이 굳이 6일 필요는 없다. 아무것도 없던 우주에 갑자기 대폭발이 생겨 우주가 무한히 확장한다는 이야기나, 신에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 중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엇을 믿느냐의 차이가 아닌가. 굳이 창조론을 믿지 않더라도 진화론의 오류를 눈감는 일은 결국 기독교인들이 스스로의 신앙으로 세상 모든일을 제단하듯, 사람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성으로 모든 것을 제단하는 일과 무엇이 다른지? 
 토마스 아퀴나스의 명제를 비판하며, 모든 것을 신이 만들었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데, ’스스로 태고적부터 존재하던 존재’가 곧 신이 아닌가. 근원에 대해 ’비인격적인’ 우주가 원래 있었다는거나 ’인격적인’ 신은 원래 있었다는거나 논리적으로 보면 결국 그게 그거일 뿐. 중세의 ’신’에서 벗어나고자 ’신’을 빼놓고 ’비인격적인’ 무언가를 올려놓았다고 해서 그게 꼭 이성으로 증명되고,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는건.. 글쎄.

 대표적으로 이정도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공통점이 하나님 이름 걸고 헛짓거리 많이하는걸 봐서 그렇단다. 기독교를 믿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이건 어차피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문제도, 폭력으로 강요할 그런 문제가 아니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드러난 현상이 아닌 본질을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꼭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 아니더라도)을 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사랑은 그저 허황된 망상이라고 하는 것은.. 글쎄..  기독교의 맹신을 비난하듯, 이성에 대한 맹신 역시 간과해서는 안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