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문명 형성에서 기독교(정확히 말하자면 프로테스탄티즘)이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하여 중세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프로테스탄티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막스 베버가 파악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은 우선, 부의 축적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죄악시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는 삶을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량의 증가를 위해 시간당 임금을 높여주면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즉, 1시간당 1만원(우리 식으로 표현해보자) 하던 임금을 1시간당 2만원으로 상승시켜주면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2시간 일할 것을 1시간만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예정론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의 이러한 생활습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신이 구원할 인간을 미리 정해놓았다는 식의 예정론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구원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삶의 순간순간의 열심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구원을 받았다면 삶에서 그 구원받았는지의 여부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나태하고 여유롭던 생활이 아니라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 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원의 확신'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자본주의 발달에 기여한 프로테스탄티즘의 딜레마가 존재하는데, 근면성실하게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의 축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부의 축적 그 자체는 죄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부유함은 곧 신앙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형성의 밑거름이 되었던 프로테스탄티즘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의해 무너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신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칼빈이 말한 예정설은 오용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가 말한 예정론은 구원받은 이가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살면 그가 곧 구원을 얻은 자라는 확신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원은 신이 정해놓은 섭리이기 때문에 카톨릭에서 말하는 것처럼 구원받지 못한 이가 선행이나 죽은 후의 헌금 등으로 연옥/지옥에서 구원받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예정이란 것은 사람의 제한적인 시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베버의 해석은 지극히 '현상적'이다. 그는 결코 칼빈이 이야기했던 기독교와 예정론에 대해 탐구했던 것이 아니다. 베버에게 있어서 칼빈이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중요치 않다. 그에게는 오직 칼빈에 의해 성립된 예정론이 어떤 식으로 사회에 투영되고 자본주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만을 탐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베버의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즉, 잡다한 논쟁거리가 많이 개입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논지가 확대되어 주제가 흐려지는 것을 막고 짧은 분량 속에 명철하고 예리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칼빈이 이야기했던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분명 자본주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베버는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통찰을 주고 있는 것이다. 

(번역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번역이 썩 매끄럽진 않다는 점이다. 문장이 너무 길어진 부분도 있고 직역하여 한글을 강독하는 부분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