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마디로, 규제로 인해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오히려 공공선에 위배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용의 대부분은 정부의 규제 실패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소개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시장 자율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기본적인 전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비효율은 악이며 자유스러운 시장경제가 곧 선이라는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 아니랄까봐.. )

 여러명의 집필자가 참가해서인지 논지의 강도는 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앞부분을 읽어보면 논리도 약할 뿐더러 마치 종교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 규제는 곧 악이라는 것을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제도의 모순을 지적한 곳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도를 정해놓고 규제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올라간다며 규제 실패를 강력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사람대접도 못받으며 혹사당해가면서도 기본적인 문화생활 향유도 못할 정도의 월급을 받고 너도나도 일자리 찾아 들어가는게 그렇게도 좋은 방향인가? 기업에서는 좋겠지.. 한사람 쓸 돈으로 두 사람 쓰면서 조직확장 및 생산성 증대를 꾀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최저임금제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없애면 실업률이 떨어질거라는 생각은 지극히 자본가 입장에서의 편협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생산성을 높여 물건을 만든다면 그 물건을 살 사람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의식주 해결하기도 바쁜데 언제 그런 구매력이 형성될 것인가. 소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으로 상품을 구매하나. 또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통신료 부담이 월 평균 소비지출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고 하는데 이 또한 인과관계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기본 통화료가 월등하게 올라갔기 때문이 아니라 각종 부가서비스 및 데이터 통신량 증가와 휴대폰 보급률 증가로 인한 사용량 증가가 원인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규제생기니까 부담 증가했다는 식의 비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지.. 
 도서정가제, 셔틀버스 규제 등도 마찬가지다. 규제 때문에 비효율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비효율은 증가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사라졌으니까. 
그러나 비효율때문에 공공선을 무시할 것인가. 

 이들이 말하는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모든 것이 다 잘 굴러간다고 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고 군대는 왜 필요로 하는가.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 자본이 곧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돈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함이 아닌가.  사람들이 이기적이지만 각자의 이익을 좇아 행동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공선이 유지된다며 그토록 찬양하면서 경찰이니 군대니 하는 국가권력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이러니이지 않나. 

 책의 후반부에서는 전반부보다는 약간 중간적 입장에서 규제의 철폐가 아닌 규제의 개선을 이야기한다. 확실히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커지고 행정권력이 비대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또 하나의 거대 권력의 탄생은 결국 무질서에 비해 하등 나을 것이 없다.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일에 규제를 강화해 나간다면 결국 개인의 일상까지 통제하는 거대한 행정권력과 지하의 마피아 조직이 난무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비효율적이라 하여 규제를 철폐할 수는 없다. 원하는 결과를 100%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규제로 인해 약자가 보호되었고 사회 공공선이 유지될 수 있다면 규제는 유효한 것이다. 잘못된 행동의 반대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모두 함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윤리적 가치로 들이댈 수 없는 시장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힘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이자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