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파놉티콘(원형감옥)'을 생각하면 근대 사회의 억압구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는 미셀 푸코가 국가(혹은 권력자)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인간을 어떤 식으로 통제하는지, 그리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며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푸코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모습은 숨기고 일반 대중의 생활영역, 정신적인 부분까지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밝히려 했고 일반 대중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부분은 권력자들이 만들어놓은 억압적 체제하에서 그러한 '억압'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된 현상이 바로 파놉티콘의 원리이다. 

 하지만 파놉티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벤담이 말한 파놉티콘의 원리는 푸코가 이야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벤담은 파놉티콘의 원리를 적용하는데에 가장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감옥이라 생각하여 감옥을 모델로 제시했지만, 만약 가장 어려움이 큰 감옥에서 이 시스템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다면 이 원리를 학교, 병원 등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벤담이 말한 파놉티콘의 원리는 푸코와 비슷하다. 감시자는 보이지 않지만 일반 개개인과 1:1상황처럼 조성하여 개개인의 생활방식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사방에 원형으로 둘러싼 수감실이 있다. 감시탑에 간수가 있지만 간수의 모습은 숨겨져 있기 때문에 간수가 감시탑에 있는지 없는지 각각의 수감실에 있는 죄수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간수들은 죄수들의 모습을 보며 직접 파이프를 통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렇게 되면 죄수들은 감시하는 자가 아무도 없다 하더라도 '감시자'에 의해 스스로에게 각인된 규율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벤담은 이러한 원리를 사회에 적용하여 부적응자를 없애고 모두를 '자본주의적 생활 방식'으로 포섭하려고 했다. 파놉티콘을 통해 벤담은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매우 엄격한 교육 기간이 끝난 후에, 노동에 익숙해지고 종교 교육과 도덕 교육을 엄격하게 받은 수감자들은 자신이 빠져 있던 무력감에서 비롯된 부도적한 습관들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벤담은 이를 위해 20여년 간의 세월과 그의 재산을 쏟아부었다. 그가 평생을 쏟아 부은 것은 초기 자본주의에 근거한 유용성이었다. 하지만 유용성은 결과에 대해서 논할 뿐 과정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다면 다 좋다는 식이다. 타율성의 각인으로 인한 주체성의 상실과 그로 인한 기계화로 모두가 그저 열심히 '일만'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사회인가. 아무래도 벤담의 파놉티콘보다는 푸코의 파놉티콘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