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아이들과 이성적인 부모, 그들의 서로를 햐한 이해의 창'이라는 부제만으로도 상당히 끌렸던 책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현재의 학교는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고 한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왜 애들이 그 모양이냐며 다그치고 기성세대의 틀 안에 재조형해내려기보다 그러한 세대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고 소통할 것인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근대산업시대에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옆에 있는 인간이랑 상관없이 자기일만 하면 되었다. 그러니 옆에 누가 있든 굳이 신경쓸 필요도 없이 내 일 열심히 하면 되고 혹시 옆에 있는 사람으로 인해 짜증이 나더라도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래서 사람들도 공은 공, 사는 사가 되었던 것이고.. 

그런데 탈산업사회가 되면서 더이상 컨베이어벨트식 시스템은 통하지 않는다. 요새 애들은 공적인 부분에서도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 그러니 공과 사를 구분하며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매뉴얼로 볼 때 이런 아이들은 불량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으며 그러니 개념을 심어주어야 되는거다.

 그런데 10년 동안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라난 두 사람이 만난다고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대할 때 내 기준대로 대하며 상대를 '개념'없다고 하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도 이렇다는 겁니다. 매뉴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바꿔봐야하는 것이다.  

모범생 중에는 부모와의 소통이 부족하여 자신이 부모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까봐 공포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사람들과 관계 맺어나가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가져가는 거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겐 그런 경험이 없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본적도, 자기를 솔직히 표현해본적도 없는 거다.. 그래서 버림받을까 두려워하여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쁨'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공부도, 독서도.. 

결국 자신감의 결여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은 잠재적인 적이 되며 자기 속으로 도피하고 모든 것을 규칙 하에서 실행한다. 그렇게 하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험에서 논술을 강화하며 아이들에게 책 많이보며 독서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하는데, 그냥 책만 많이 보면 논리적 사고능력이 자라지는 않는다. 저자의 삶의 스타일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저자와 대화하며 독서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럴만한 힘이 아이들에게 있는지, 먼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냥 책 많이 읽으니 모범생이구나! 하는게 아니라 이 아이가 어떤 생각을 왜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니 결국 눈알만 굴릴 뿐 저자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그러면 철학이란건 결국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거다. 

 저자는 사상의학을 도입하여 아이들(사람)의 특징과 발달과정, 관계맺음 등을 설명하고 있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 사상의학이 망령된 미신이라 믿는다면 이 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사상의학이라고 하는 부분이 100%는 아니라도 어느정도의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이들을 관찰하는 저자의 통찰력을 보면 괜한 헛소리는 아니다(사상의학을 서양의학적인 과학의 눈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그러나 결국 이러나저러나해도 저자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다. 내가 부모니까, 교사니까, 자식/학생을 돌봐주고 보살펴주는 것이라는 책임감과 의무에서 벗어나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교육계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현 세대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그냥 그런 책이란 생각은 들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뭐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실천하는 것이겠지만..(사랑하지 않으면 관계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랑한다면 슬프다는 말이 무척이나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