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힐이라는 곳은 집단적이고 제도 위주의 공교육과는 대비되는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는 사립학교이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기존의 제도권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것이며, 동시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교사라고 해서 학생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으며 교사라 하더라도 다수의 구성원의 합의를 얻지 못한다면 개인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가 없다. 

섬머힐의 교육철학은 루소와 일맥상통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가며 주체적인 존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물론 섬머힐이 기존 학교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해소하여 학생들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살려주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파생시킬 수도 있다.

예를들자면 윤리관의 부재(윤리라는 것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억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학교 총회를 통한 민주적인 방식이라고는 해도 중우정으로 흐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파리대왕이라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자연상태에서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는지에 대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여기에서는 완전 자연상태에서 절대로 아이들이 이상국가를 건설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 속에서 물리적 힘을 바탕으로 한 권위와 파쇼 집단을 만들고 나와 다른 남을 배척하게 된다. 

완전한 자유방임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에 어떠한 인위적인 조작(?)없이 본성 그대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물론 제도권 학교는 본성이고 나발이고 그냥 틀에 맞춰 인간을 조형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러니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기존의 틀에 맞지 않는 아이들은 '불량품'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섬머힐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섬머힐이라는 테두리가 보호벽 역할을 해주며 그들에게 외적인 공포(자연상태의 생존)가 없는 상태를 만들어준다는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결코 다른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실제로 섬머힐 학교 졸업생들은 대부분 예술이나 자영업 분야로 진출한다고 한다.)

교육이란 사회(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이상적인 교육이 펼쳐진다 하더라도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결국 사람은 사회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섬머힐을 통해 지적되는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육주체들과 함께 환경(사회)에 대해서도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섬머힐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니일의 교육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붕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현재의 학교 교육에 비해 이러한 교육적 시도는 꽉 막힌 학교 속에서 생활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또한 섬머힐을 통해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가능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