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이 문제라는 데에도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바꿔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다. 저자의 주장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평준화가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학생들의 경쟁을 가중시키는 반면 학교 경쟁은 방치하여 결국 모든 교육에서의 경쟁 부담을 학생들에게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은 원하는 학교에서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개혁 방향은 평준화 철폐이다. 

 다만 저자가 말하는 평준화의 반대는 비평준화가 아니라 다양화이다. 평준화로 인해 모든 학교를 같게 만든,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교가 필답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비평준화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학교별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 경쟁을 통해 학교 교육을 다양화시키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교육을 보장한 후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여 우수학생 선발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학교 자율성 강화, 정보공개, 교원평가 및 교장 공모제 등을 제안한다.

 솔직히 말해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현재 지독한 입시교육에 매달려 찌들어가는 아이들이 기분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일이다. 다만 방법에 있어서는 좀 동의하긴 어렵다. 저자가 소개한 외국의 교육제도 및 방식은 모두 영국, 미국, 일본의 예시이다. 모두 경쟁을 중시하는 국가들이며 유럽에서도 양극화라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들의 예를 들고 있다. 이미 PISA를 통해 나타난 일본의 학력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핀란드와 같이 사회적으로 하위권에 대해 배려하여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국가의 교육제도를 배우려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미국, 영국, 일본의 교육제도를 들어가며 추구해야할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은.. 글쎄.. 

 학교 자율성이 강화된다는 것, 즉 자립/자율형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얼핏 다양한 스펙트럼의 교육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저자는 이런 자율성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거라 믿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엇때문에 입시에 붙잡혀 있나? 소위 말하는 명문대라는 명예를 획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보다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공부하는 목적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가 그것을 원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자율화는 교육의 다양한 스펙트럼보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 결국 학교의 학원화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또한 정보공개를 통해 뒤쳐진 학교에 지원을 해준다고 했는데 뒤쳐진 학교에 대한 지원은 분명 있어야 하지만 정보공개를 통해 뒤쳐진다고 하면 그 학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피 대상이 되지 않을까. 정보는 또 어디까지 누구를 위해 공개한다는 것인지.. 게다가 고등학교까지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학에게는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원평가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구조조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원의 실력 향상과 자기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적격 교사라 하는데 성추행이나 촌지획득, 공금횡령 등의 행위는 교원평가가 아니라 현행법상으로 징계하고 축출이 가능한 부분이잖나. 학생의 평가가 자신의 입지와 보수로 연결된다면 교사는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발전방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의 폐단은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항상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사회 분위기 상의 문제이다. 학교교육이 비경쟁적이라 할지라도 사회가 무한경쟁사회라면 학교는 단지 위선적인 공간일 뿐이다. 모두가 같이 가는 것이 먼저다. 보다 부족하고, 못살고,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신분제 사회를 연상시키는 듯한 학벌을 타파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당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이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1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천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과 함께 사회도 변해야 하며 그래야 진정한 다양화를 통한, 학생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저자는 뒤쳐진 아이들에 대해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주장은 단지 원론적 차원에 그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위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대로한다면 우등생은 우등생대로, 열등생은 열등생대로 자기 자리(?) 차지하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1등에게 박수를 보내는 우리 사회에서, ’열등생’으로 ’찍혀’버린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해줄까는 참으로 의문이다.

 어디선가 본 하나의 예화를 떠올려본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교사가 어려운 문제를 내주며 학생들에게 해결하라 했는데 인디언 아이들은 책상을 돌려앉고 문제에 대해 토의하기 시작했단다. 교사가 당황하여 어째서 문제를 같이 푸냐고 하니 아이들은 "부모님이 어려운 문제는 같이 해결해야 된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단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떠했는가. 이 예화에 우리 교육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