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는 5살이다. 일주일에 두 세번 아이는 서점에 가고 싶어 한다. (좋은 현상일까?) 왜 가야 하냐고 물어보면 공룡 색칠공부나 스티커 북을 사기 위해 가야한단다. 세네살때까지는 한 번 서점에 가면 약 만원정도가 들었다. 지금은 약 만 오천원 가량이 든다. 물론 아이가 아직 돈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비싼것을 고르면 그것은 비싸기 때문에 생일이나 친척이 왔을때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떼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점에 자주 가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큰 아이는 매일 슈퍼에 한 번씩 간다. 왜 가야 하냐고 물어보면 "가봐야 알겠어"라고 이야기한다. 단지 그냥 슈퍼에 가서 자기가 고른 것을 부모가 돈을 내주고, 슈퍼 아줌마, 아저씨가 자기를 이뻐해 주는게 좋은 것이리라. 슈퍼에 가도 많은 것을 사지는 않지만 매일가기때문에 이 때문에 지출되는 돈 또한 만만치 않다. 
또 큰 아이는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밤에 치킨치킨~노래를 부른다. 엄마가 치킨을 좋아해서 자주 시켜먹다 보니 치킨에 길들여졌으리라. 어떤때는 시켜주고 어떤때는 안시켜주지만, 주로 시켜먹는 편이다. 덕분에 나는 맥주도 한잔. 그러다보니 배만 똥그래졌다.
또 큰 아이는 TV와 인터넷을 하루에 적어도 두시간 이상 본다. 5살이라 장시간 TV나 인터넷에 집중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EBS에서 하는 5~7시 경의 만화는 거의 다 본다. 그리고 시간이나 체력이 되면 다음 팡팡동영상이나 주니어 네이버를 본다. 그 속에 간접광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뽀로로를 무료로 언제든 봄으로 인해서 뽀로로를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아이가 가장 관심있어하는 공룡 컨텐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룡관련 물건들도 쉴새없이 사들인다.

이 책은 이런 큰아이를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소비에 탐틱하는 아이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컨슈머 키드. 또 하나의 부제목은 나쁜 기업들의 상홍이 빚어낸 키드 마케팅의 실체.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가 한손에는 로봇, 한손에는 비행기를 들고 있다. 이 장난감이 몇분이나 이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큰 아이처럼 단지 "사들이는"재미에 빠진 아이를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자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안내자로서 아빠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이 책은 영국 문화를 바탕으로 씌여졌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현실과 100%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인터넷으로 국경의 의미가 희석화되고, 국가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우리의 현실과 맞는 부분도 상당 부분 발견되기에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300쪽이 넘는 분량을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마지막 부분이 나의 철학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뒤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 해졌다.)

아이들은 기업가들의 먹잇감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위치와 발언권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기에 기업가나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통해 부모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게 아이들 돈인가? 부모의 돈이지. 어쨋든 그 시장이 어마어마하기에 기업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영혼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까지 물건을 판매하려 든다. 여기서 물건이라 하면 장난감, 인터넷 아바타,  간식, 핸드폰 등 모든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아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 1부 총 8장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다. 

1부의 패션의 첨단을 걷는 아이들, 불량식품(정크푸드)에 빠진 아이들, 기술(핸드폰이나 최신 게임기)의 노예가 된 아이들,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아바타나 게임을 위해), 누가 내 마음을 조종하나?(결국은 마음까지 빼앗겠다는 건가. 영혼이 팔려가는 아이들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거짓 약속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심각하게 갉아먹는 기업의 상술이 반영된 책이고, 비단 영국의 현실만이 아닌 전 세계 공통의 문제라는 결론을 나도 모르게 내리고 있었다.

2부에서는 기업하는 사람들의 상술을 아이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게 하려는 노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기업가 정신, 공감하는 아이들, 적응하는 아이들이라는 세가지 주제를 두고 자세하게 펼쳐나갔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학교에서 참 많은 부분을 아이들에게 열어두고 판단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마음의 여유가 항상 교사에게는 필요한 것일진데... 하는 현실 타협과도 같은 생각의 바람이 스쳐지나기도 했다.

마지막장, 어린이 마케팅 선언에서 아이들의 선택과 책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 서평 제목에 써 두었듯이 적절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내 생각이다. 적절한 안내는 이 책의 1부에서 여러번 언급했기에(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 선언에서는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안내, 즉 교육을 통해 선택과 책임, 그리고 기획할수 있는 기회까지 부여된다면 어린들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어린이들이 전부인 사회조직은 상상할 수 없지만, 어른들만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도 분명 적당한 부분은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라디오에서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고의 대학에서 실행한 연구 결과인데, 65세~10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노인들의 뇌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감정을 흥분시키는 도파민에 덜 반응한다. 즉 감정의 변화 폭이 느리고 적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들이 현명한 현자의 위치를 인정받아온 것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결과는 노인들의 뇌는 느리기는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뇌의 영역은 여전히 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있는 노인들은 금방 새것을 익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많은 메세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즉 노인경시, 어린이 우대 풍조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학습과 재취업, 그리고 봉사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환경의 문제를 생각해서 녹색활동도 노인들과 함께한다면 느리지만 충분한 성과를 얻으리라 생각해본다.
  컨슈머 키드의 서평에 이런 이야기를 쓰면 내용이 어지러울 듯하여 추신에 붙여본다.

PS #2. 책의 곳곳에 "어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면 사실 "청소년"의 이야기인 부분이 많다. 역자가 일부러 제목과 어울리게 표현하려고 "어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지, 원문 자체가 어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거슬리는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분명 어린이와 청소년은 다르지 않는가? 더군다나 영국의 경우는 만나이를 사용하지 않는가? 16세의 아이에게 "어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원문에 어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우리 정서에 맞게 청소년으로 고쳐 표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어린이"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청소년"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는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