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코끼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그 다큐멘터리 속의 연구자는 콘크리트로 지은 벙커 안에서 또는 벙커 밖에서 근처에 물을 마시러 온 코끼리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녀가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코끼리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구별한다는 점이다. 코끼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인 구달의 자서전 속에서도 비슷한 연구자의 모습을 보았다. 제인 구달 박사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집에서 여러 종류의 동물을 키우기도 했고 또 왕성한 호기심으로 다섯 살 무렵에는 닭이 알을 낳는 것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닭장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닭이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비서와 같은 평범한 직업을 갖고 살던 그녀가 케냐에 있는 친구로부터 초대를 받고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아프리카에서 우연한 기회에 인류학자이자 고 생물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면서 구달은  자신의 꿈을 실현할 결정적인 기회를 얻는다. 루이스 리키 박사는 비록 구달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책들을 통해 동물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가진 그녀의 능력과 성품을 높이사서 그녀에게 침팬지 연구를 맡기게 된 것이다.

 

침팬지 연구를 하면서 그녀가 침팬지 근처에 가는데 꼬박 1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하루 12시간을 침팬지를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때로는 위험한 순간에 직면하기도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이나 명예가 주어진다 해도 그 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으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나 침팬지도 육식을 한다는 점 등 이제는 어느 정도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침팬지에 관한 연구 결과물들을 세상에 알린다. 박사 자신이 이름 지은 침팬지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상당부분 할애해 이야기하고 있고, 책의 후반부는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연구소나 세계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루츠와 슈츠' 운동 등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책의 말미에는 독자들에게 동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의 권위자 제인 구달 박사의 자서전을 읽고 드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그 꿈을 이루어줄 어떤 기회를 만나야 비로소 꿈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