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은 게 열 다섯 권은 더 될 것 같다. 그나마도 최근에 나온 작품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책을 많이 읽을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보다 많은 작가와 장르의 책들을 접하고자 그의 책을 일부러 멀리한 것이 아무래도 주된 이유였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어제 인터넷으로 책을 몇 권 주문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먼 북소리>도 포함해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정도 읽었으면 질릴만도 한데 그래도 책이 나오면 언젠가 찾아서 읽게 되는 그런 작가이다.

 

<잡문집>은 1979년, 그러니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그가 작가로 데뷔하면서부터 2010년까지 쓴 잡다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다른 사람의 책이나 본인의 번역서, 소설 등에 쓴 서문에서부터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보낸 축사, 음반에 들어간 해설, 여러 문학상에서의 수상소감, 미발표된 짧은 소설 등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관한 글들과 다른 작가들에 대한 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재즈 음악쪽으로는 워낙 아는 바가 없어서 책에서 언급된 뮤지션들(빌리 홀리데이나 스탠 게츠는 다른 책에서도 종종 언급되어서 익숙하다.)을 그의 어느 책에서 봤다는 것 말고는 별 의미없이 넘어갔지만, 그래도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찾아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은 거의 중단한 음반 수집 욕구가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생겨났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은 또 다른 수확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나 잭 런던, 팀 오브라이언, 그레이스 페일리 같은 작가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점이다. (물론 잭 런던이나 레이먼드 챈들러는 이미 알고 있는 작가지만 이전까지는 특별히 그들의 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었았다.) 과거 <상실의 시대>를 통해 스콧 피츠제럴드, J.D. 샐린저의 책을 읽게 되었고, 그의 다른 에세이들을 통해 레이먼드 카버, 안톤 체호프의 책을 읽은 건 상당히 큰 수확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작가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부 글에서는 작가의 유머 감각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