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라는 책을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이다. 어느 박물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 중 몇 권에 유독 끌렸는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 책을 읽을 시간은 넉넉했지만 책에 몰입할 만한 집중력이 없었던 탓에 이 책을 읽지는 못했다. 몇 년 전 이 책을 구입했지만 막상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줄거리 자체가 흥미롭다기보다는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줄거리라고 해봐야 '모모'라는 소녀가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시간 도둑들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에게 읽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는 내용이다. 이야기 속의 사람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아주 닮아있어서 느끼는 게 많다.

 

우선, 우리 민족은 부지런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불과 반세기 정도 만에 다른 국가가 수백년에 걸쳐 해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는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에 비해 좁은 영토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구조가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 국민들은 예전보다 잘 살게 된 만큼 더 행복해졌을까?' 하는 물음에 긍정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지만, 그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은 30위 정도로 낮은 편이니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책 속에서 사람들은 시간도둑들과의 계약을 통해 부자가 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시간도둑들은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구체적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평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을 할때도 즐기는 마음가짐보다는 최대한 효율을 낼 것만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창의적인 놀이를 금하고 교육시설에 모아놓고 장래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만 시킨다. 직장인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고 그러다보니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나이부터 학원으로 내몰리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삶이 삭막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어쩐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많이 닮아서 씁쓸하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앞에서 설명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는 바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지 않다면 아무리 부자가 된다 한들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먹고 살 정도의 물질은 있어야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부를 축적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게 느껴진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부나 사회적 인식과 관련되어 있고,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어쩐지 이해 타산적 계산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모모'처럼 나서서 시간도둑들을 물리쳐 우리에게 여유와 행복을 돌려줄 이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