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는 뮤지션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도 해당이 된다고 생각한다. 첫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을 때 더 나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고 그 작품에서 만족을 얻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시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읽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독자는 어느 작품을 접하게 될,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고를까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상실의 시대> 이후에 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 번째 소설인 이 책은 이 책 이후에도 그의 작품을 열 권 이상 읽게 된 중요한, 일종의 시금석(試金石)이 되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뒤 강한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읽었던 책이라 이 작품 속의 인물들 또한 <상실의 시대>의 등장인물들의 잔영이라는 느낌이었다. 소설 속의 화자는 와타나베, 스미레는 미도리, 뮤는 레이코 같은 느낌이었고, 특히 소설 속의 화자의 성격이나 마지막의 공중전화 장면(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10여 년 만에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다시 읽고 난 후의 감동은 처음 읽었을 당시보단 못하지만 대신 처음 읽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문장들이 보였다. 소설의 줄거리는 10여 년이 지났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있었고, 다만 작가의 표현력 때문에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가 전부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에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것 같다. 작품 속은 두 개의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는 스미레의 사랑과 실종,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불륜. 결국에는 둘 다 해결이 되면서 소설의 막이 내리지만, 스미레는 그리스의 섬에서 실종된 후 무엇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처음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남아있다. 남녀 간의 보통의 사랑과 동성애, 연인 또는 부부 간의 사랑과 불륜, 우주와 지구 또는 지구와 인공위성, 나와 타인, 이성과 감성 등 어딘가 배타적이면서 화합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 상징들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소설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 채 두 번 읽어도 읽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인상적인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