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북 정도의 크기인 이 책을 보자면 꼭 어느 패션잡지의 부록으로나 어울릴 듯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120여 페이지 남짓의 얼마 안되는 분량 속에서도 사진이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에 '금방 읽을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잘 안 읽히는 그런 책이었다.

 

서양의 역사순으로 화장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시대마다 미의 기준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게 이 책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에서의 진한 화장이 유행을 했고, 그리스에서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추구했다. 그런가 하면 중세의 유럽에서도 어느 시기에는 며칠 앓은 듯 초췌한 몰골을 한듯한 화장이 유행을 했는가 하면, 또 어느 시기에는 통통한 여자가 미인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니 수천 년의 세월동안 사람들의 미에 대한 인식 또한 종잡을 수 없게 변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만든 산물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껴본다. (그러니 아름다움이라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고 시대에 따라 변하니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이라 생각하길 바란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서 성형 수술이 등장한 후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노력들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형이라든가, 태닝이라든가, 또는 몸매를 가꾸는 체조라든가 하는 식의... 이 책의 부록과 같은 <기록과 증언>은 문학작품이나 잡지 등에서 발췌한 미에 대한 기록을 싣고 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