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생존한다는 가정하에)과의 인터뷰에 드는 비용과 이 책에 참여한 생존 작가들에 지급한 집필비용 중 어느 쪽이 출판사 입장에서 더 경제적인가 하고. 아마 생존작가들과의 인터뷰를 책을 엮었다면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어떤 작가와 인터뷰를 연재하는 코너도 볼 수 있고, 직접 질문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잡지에 연재된 글들을 모은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어떤 작가들과의 가상인터뷰가 실렸나 보았을 때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의 이름이 많아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백석과 카프카의 가상인터뷰가 각각 두 번씩, 나머지 작가들은 각각 한 번씩의 가상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책의 앞 부분은 주로 작품 속의 인물, 또는 도깨비처럼 문학이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대상과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대상 작가,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권위자들에 의해 쓰인 글들이라서 어느 정도 신뢰를 할 수 있었다. 그 예로 이문구 작가는 생전에 유용주 시인의 책<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 서평을 써 줄 정도로 친분이 있었고, 장영희 교수는 자신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도 이미 허먼 멜빌의 <백경>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고, 박사 논문으로 이 작품에 대해 썼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작가의 삶이나 작품세계에 대한 글들이라 할 수 있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도 있었지만, 어려운 글들도 많았다. 특히 시의 작품세계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더욱 그랬는데, 이런 부분을 읽으면 말그대로 읽는 것에 의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 접하는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해 모르는 건 내 무지의 소치일테고, 수박 겉핥기로나마 알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