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을 보면 나가사와가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라고 하는 장면과 작가가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서술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찬사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라는 에세이집을 통해 그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을 일본에 번역해서 출판했고, 하루키가 미국에 체류 중일때도 피츠제럴드의 손녀를 만난 경험을 알 수 있다.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도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미치도록 좋아한다. 개츠비 자식이 하는 올드 스포츠라는 그 농담은 죽여준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은 위의 두 작품 외의 다른 책들에서도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찬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은 건 <상실의 시대>를 통해 알고 난 이후다.(2004년에 처음, 2009년에 한 번, 그리고 최근 또 한 번 읽게 되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작가가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찬사를 표했을까 하면서. 소설은 서부에서 자라 동부 뉴욕에서 증권업에 종사하는 닉이라는 남자의 서술로 진행이 된다. 시대적 배경이라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몇 년 후로 대공황 이전의 미국이다. 닉은 자신의 이웃에 사는 개츠비라는 남자를 파티에서 만나게 된다. 사실 개츠비는 닉의 육촌인 데이지의 옛 연인으로 그녀를 다시 만날 구실로 닉에게 접근한 것이다. 과거, 연인이었던 데이지는 가난한 장교인 개츠비를 버리고 톰 뷰캐넌이라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그런데 개츠비는 그런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다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다시 그녀에게 구애를 하는 것이다.

 

사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그것도 사랑이 아니라 돈 때문에) 여자를 다시 찾고 싶어하는 개츠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제임스 b. 트위첼의 <럭셔리 신드롬>이라는 책에는 데이지가 개츠비의 저택을 방문해서 가지런히 정리된 그의 영국풍 셔츠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언급하며 '뷰캐넌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속물근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제목(왠지 어떤 인물의 평전에나 어울릴법한)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도 개츠비라는 인물이 정말 위대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돈 때문에 버린 여자조차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으로 이제 사랑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물질만능주의에 가려 미처 보지 못한 어떤 순수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강한 희망을 보여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