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카버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라는 에세이집을 읽고 난 후이다. 그 수필집에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영화화 했다는 문장이 있고 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에 밀란 쿤데라의 단편을 표제작으로 한 <견딜 수 없는 미쳐버리고 싶은>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그의 단편 <열>을 읽게 된 후 이 책을 구매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배경으로 이 작품집의 제목과 어울리는 대성당이 빨갛고 하얀 지붕들 사이에서 솟아나 보이는 예쁜 표지의 책속에는 열 두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서른 살 이후(아닐 수도 있지만)의 결혼한 중장년층이다. 그리고 가족, 특히 부부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나마 아주 조금은 행복해 보이는 부부(<깃털들>, <체프의 집>, <대성당>의 등장인물들)이나 뭔가 문제(가정불화, 알콜중독, 경제적 어려움 등)를 안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작가가 가장 아꼈다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에서는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진다. 어느 부부가 자식의 죽음때문에 겪게 된 슬픔을 조금 전까지 자신들을 괴롭히던 존재로 여겼던 그저 타인에 불과한 빵집 주인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 <별것...>이나 시각장애인에게 tv에 나오는 대성당의 모습을 말로 설명하다가 눈을 감은 채, 함께 펜을 잡고 종이에 대성당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대성당>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책의 첫 작품인 <깃털들>에는 직장 동료의 집을 방문하는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 집에서 만난 공작새와 못생긴 아기가 이들 부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전원 속 집이 머릿속에 잘 그려졌던 작품이다.(어떤 단편집을 읽어도 처음 실린 작품은 인상적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보아온 그런 시골 집들 말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여러 작품들 속에서 그런 집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고,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편안함과 위로를 얻었고,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안타까운 처지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평범한 삶 속에서 찾는 소중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