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성균관 유생들이 일반백성들이 글을 배우는 걸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장면을 본 게 기억난다. 글을 안다는 것은 곧 책을 읽을 능력을 갖는 것이고, 이는 지식을 축적하는 수단이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지식이 곧 권력이었다. 책을 소유하고 읽고 거기에서 지식을 얻는 것은 지배권력층에게 있어서 결코 내줄 수 없는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책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아는 역사 속 조선시대 여성의 이름을 대시오'라고 한다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이름들은(~왕후 등의 이름을 제외하고) 겨우 황진이,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신사임당, 논개 정도 일것이다.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도 많아봐야 댈 수 있는 이름이 열 개 미만일 것이다. 그만큼 글을 알고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후세에 전하는일은 당시 여성들에게 쉽게 허락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점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어, 이거 추리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책을 읽는 여자들의 그림이나 사진이 책의 반을 채우고 있는 미술과 독서의 역사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일단 책은 올컬러로 되어 있다. 이 점은 참 맘에 든다. 그림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 한번씩 그림만 훑어 보더라도 기분 전환이 좀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물론 그림의 화가나 모델, 그림에 얽힌 사연들이 소개가 되니까 미술에 대한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기도하다. 하지만 내용은 솔직히 좀 기대에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