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닐 때 전공이 일본어는 아니었지만, 일문과의 교양수업이나 전공수업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문화나 일본어에 약간의 흥미가 있었고, 또 학점 맞기 수월하다는 걸 알고 있기도 해서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일본어나 일본문화 관련 수업은 모두 최소 a학점 이상은 맞았으니 나에겐 내 학점을 올려준 효자과목이었던 셈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교 1학년 쯤인걸로 기억된다. 정확히 이 표지의 책은 아니다. 일본문화 수업 중 두 번 이 책을 교재로 수업을 했다. 한 번은 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것이었고, 또 한 번은 이 책은 수업 중간중간 부교재로 활용하면서 시험에 이 책에 관련된 문제들을 출제 했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책은 2차세계대전 무렵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정부의 의뢰로 일본인들의 심리와 문화를 연구해 쓰게 된 결과물이다. 저자는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책을 읽다보면 일본인들의 행동이나 의식이 이해가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 유학생이 지하철에 치어 죽을 뻔한 일본인을 살려내고 대신 목숨을 던진 일이 있었다. 그때 많은 일본인들이 과장되어 보일 정도로 감사해하며 죽은 한국인 유학생을 추모한 일이 있는데 이런 현상도 이 책으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태어나면서 나라와 사회, 부모 등에게 빚을 진다라는 생각을 교육받는다. 기리와 기무로(우리말로 의리와 의무 정도겠지만 한자는귀찮으니 생략) 표현을 하는데 오버한다할 싶을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친절하다거나 2차 세계대전 때카미카제특공대를 통해 알 수 있듯 천황을 신처럼 숭배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것 모두 이 기리와 기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일어나는 반인륜적인 범죄들에 대해 접하다보면 이런 기리와 기무가 너무 일본인들을 강압하고 있어서,그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비정상적인 범죄들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