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진면모를 담다 : '서니사이드 시드니'

이 책은 과연 여행 전문책이 맞을까. 에세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친절한 책이다. 저자는 혼자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커플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자원봉사를 해보겠다고 무작정 회사를 던지고 나간 jjindy, 그리고 대학 때 만난 인연으로 연애 끝에 현재 그녀의 가시버시가 된 honky가 시드니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들의 여정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좌충우돌 끝에 찾아낸, 마치 우리가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장소를 소개했다고나 할까. honky는 카메라를 들고 jjindy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고 책을 엮어나갔다. 물론 그 사이엔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신종플루, 경제위기 등등. 하지만 그들은 그런 위기조차도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비닐을 씌운 채 족욕을 하는 고생을 하면서까지 책을 완성해냈다. 일단 그 집념에 박수를!!

책 이곳저곳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그들이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배낭만 매고 달려가고 싶다. The Rocks에 있는 Sticky(핸드메이드 사탕공장), Paddington에 있는 Max Brenner(초콜릿 공장)은 마치 사진에서 달콤한 향내가 코끝을 찌르는 것 같다. (사실 나는 공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그 공정을 체험하고 싶다.) 9월엔 내셔널 럭비 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오지 스타디움 등에 가서 그들의 치열한 몸싸움에 맞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오는 것이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 보니 목이 마른다? 그러면 펍이나 Bottle Shop에 가서 호주 맥주를 들이킨다! 상상만으로 짜릿할 것 같다.

고고해지고 싶을 땐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honky는 외부보다는 내부 시설과 분위기가 끝내준다고 한다. 고3 때 수능에 자주 등장했던 맨해튼의‘카네기 홀’ 투어를 한 적 있다. 거기서 운 좋게 조수미 공연도 봤는데 홀 특유의 울림이 오페라 하우스 사진을 보는 내내 내 머릿 속까지 잠식해나간다. 시드니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오페라하우스니만큼 구석자리라도 좋으니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까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아! 어쩔껴!

문득 읽다보니 아! jjindy가 살던 방에서 카메라 등 소품들을 도둑 맞았고 다시 찾기 위해 좀도둑들이 덤핑으로 물품을 넘긴다는 세컨드 핸드 매장 소개가 나온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그 매장을 불쑥 따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거기서 흙 속 진주를 발견할 것만 같은 소중한 물건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지 않은가.

난 동물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호주에 가면 대표 동물인 캥거루와 앵무새를 보고 싶다. 시드니 야생 동물원엔 130여종 6천여 마리의 동물들이 전시되어 호주 최대 규모를 자랑할 정도란다. 고로 저자는 타롱가 동물원에 갈 시간이 없을 땐 이 동물원을 들러보란다. 귓가에 캥거루의 뜀박질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운행을 중단했을지도 모르는 영도다리! 일정 시간이 되면 다리가 상승한다. 커다란 배들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신기한 다리가 있다. 바로 피어몬트 다리! 이 다리는 180도 트위스트를?!! 저자는 쉬려고 갔다가 막히는 바람에 짜증을 냈다지만 그 다리를 막상 보면 탄성부터 나올 것 같다. olleh!

Manly엔 특별한 것이 있다! North head Lookout이다. 시드니 최고의 절경을 간직한 곳으로 내 눈엔 오로지 깎아지는 듯한 절벽만이 보일 뿐이다. 주상절리가 울고 갈 멋진 여행지로 보인다. 오우! 시드니의 'must go' 장소란다. 여기선 트와일라잇의 ‘제이콥’처럼 멋진 절벽 다이빙이 가능할까. (하지만 절벽 위는 토네이도 급 바람이 휘몰아친다니 주의바람!)

마지막으로 덮기 전에 충성스런 이슬레이(Islay) 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난 개도 좋아한다. 사실 동물은 다 좋아한다!) 이 개는 퀸 빅토리아의 애견으로 돈을 던져주면 땡큐! 라고 굵은 목소리로 짖어댄단다. (너도, 돈 좋아하니? ^^;;) 그를 보고 있으면 불 끄려다 자기를 희생한 ‘오수의 견’ 의 슬픈 사연이 떠오른다.

이 책엔 그저 한 장소에 대해 딱딱한 설명이란 건 없다. 저자의 경험담이 같이 실려 있어 읽다보면 그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Landmark, 저자들의 공감지수, 랜드마크에 곁들여진 지도들을 보고 있으면 언젠간 가 볼 시드니에 대한 동경이 더욱 싹튼다. 그리고 여행지 주소, 전화번호, Open요일, 버스안내, URL 까지 같이 나와있으므로 맘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헤매지 않고 바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편한 책인 것 같다.

이제 시드니로 가볼 용기가 생기는가. 그렇다면 가볍게 이 책 한 권들고 지금부터 신나는 시드니 여행을 떠나보자. 진짜 시드니의 모습이 어느새 나타나 반길 것이다. 두려움과 망설임은 놔두고 용기와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시드니 거리로 나선다면, 당신도 시드니의 진정한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