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과 함께 흑백사진이 있다. 상상해보라, 흑백사진만큼 감정의 다양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흑과 백이라는 색은 화려한 색상은 존재하지 않지만, 흑백사진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상상하는 영역이 확대됨을 느낀다. 같은 사진을 보더라도 이미 색상이 정해져 있는 것보다 흑백사진이 주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조합을 능숙하게 편집한 책이 제이드문에서 나온 <INVITATION>시리즈다. 모두 4권으로, 2권씩 한 세트로 구성됐다. 꿈(Daydream), 평온(quiet), 축제(celebrate), 사랑(Love)이라는 4가지 테마를 가지고, 명사들이 남긴 삶의 지혜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어도, 어느 순간 나만의 것으로 해석하고 녹아든다고 믿는다.
안주하는 삶을 지향하면, 어느 순간 예전의 ‘나’와 같은 부분을 한 가지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소위 꿈 많던 그 시절이라 불리던 때 말이다. 상상 혹은 꿈은, 그러한 삶에 새로운 자극제로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각 4가지의 메시지가 담긴 책에서 격언을 하나씩 발췌해 전체적으로 그 책에 대한 느낌을 서술해보련다.

나의 환상은 너무나 깊었기에, 나는 나에 대해 불안해 할 겨를이 없었다.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My reverie has been so deep, thatI have scarce had an interval to think myself uneasy.
완전한 정적은 눈사태가 지나간 직후에 찾아온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고요함.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Right after a snowslide comes the most perfect silence. Complete, total silence. You lose almost all sense of where you are.

 

꿈과 평온은 묘하게 상충하면서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뜻밖에 동일성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은 꿈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평온함을 지향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온함을 꿈꾸는 삶도 그 나름의 일상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라는 존재가 주는 행복에 감사하라. 매일을 축제처럼 즐기고 우리가 살아있음에 축배를 들자! -아만다 브래들리(Amanda Bradley)	Celebrate the happiness that friends are always giving, make everyday a holiday and celebrate just living!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앙트완 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Love does not consist in gazing at each other, but in looking outward together in the same direction.

 

삶에서 축하할 좋은 일이 많지만, 우리는 자꾸 나쁜 것만 기억하는 습관이 있는 건 아닐까? “아만다 브래들리”의 말 속에는 작은 것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우리가 되도록 토닥거리는 것 같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감사해야 함이 마땅한데, 간혹 가장 중요한 것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이 인간이기는 하겠으나 조금만, 인생의 축제를 즐기는 우리라면 더 윤택한 삶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모든 삶의 종착점이라고 느낌이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태어나서는 부모님의 사랑을, 성장하면서도 형제자매나 친구들의 사랑을 받고 준다. “Love"에선 모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무나 유명한 생텍쥐페리의 명언에서부터 생소한 이들의 언사(?)까지 어느 것 하나 쉬이 보낼 수 없었다.
<INVITATION> 속에는 나보다 오랜 시간 살았던 이들의, 하나의 조언이다. 때론 비유적으로, 때론 직설적으로 본인들이 느낀 삶에 대해 남긴 것이다. 앞서 언급한 흑백사진과 함께하니, 말 속에 담긴 진정성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영어원문이 친절하게 함께 있는데, 왠지 이걸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이 느끼는 건, 상상을 마음껏 해서 그런가 보다.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면적인 부분뿐 아니라, 짧은 격언이라도 그 속에는 길이와는 상관없는 깊고 큰 뜻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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