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하면 워낙 유명한 동화작가라, 동화라고하면 으레 풋풋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고, 동화가 잔인 해봤자 얼마나 잔인해지려고,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예전에 TV에서 잔혹한 동화에 대한 이야기하는 걸 스치듯 봤을 때도, 확대해석 하니까 그렇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확실히 동화는 아름답고 풋풋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깊게 해석하면 잔혹한 것도 같다. 양면의 칼날을 지닌 동화라고 한다면 조금 과장하는 경향이 없지 나마 있겠지만, 차가운 <눈의 여왕>을 봐서 그런가 보다.

인디고에서 나온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의 다섯 번째는 안데르센 동화집 <눈의 여왕>이다.-인디고의 이 시리즈는 두 번째 만나보는데, 다이어리정도 크기에 예쁜 삽화가 장점인 것 같다.- 동화집이라 “눈의 여왕”뿐 아니라, “인어공주, 나이팅게일, 백조왕자,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가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읽으면서 새삼 내가 안데르센 동화를 제대로 읽은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슬쩍 들었다. 부분 내용은 가족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기억이 난다. 원작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인어공주와 장난감 병정의 결말, 그리고 눈의 여왕과 나이팅게일은 아주는 아니지만 다소 생소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눈의 여왕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판타지~는 나니아연대기였다. 거기다 앞서 슬쩍 언급했는데, 모든 동화가 행복하게 끝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맺는 게 “눈의 여왕, 백조왕자” 정도인 듯싶다. 특히 성냥팔이 소녀의 결말은 슬프다 못해 비극이었다. 동화로 포장해서 그나마 수위(?)가 낮아 보이지, 자세히 뜯어보면 절정의 비극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사실 동화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용에 녹아들어, 아이들이 동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스스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 안은 온갖 인간사가 녹아있다는 느낌을 다시금 들었다. 아이들만 보는 동화는 아니다. 어른이 된 내게도 동화를 보면서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다면, 아주 좋은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안데르센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문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