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모든 것을 총망라한 한국 최대의 도시다! 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 아직은 전 세계인에게 깊이 각인되기에는 그 브랜드 적 가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뉴욕이나 런던을 떠올렸을 때, 국가적 이미지(미국, 영국)보다 그 도시 자체의 브랜드 적 가치를 떠올리기 마련 아니던가. 물론 그 도시들이 그 나라를 대표할 수도 있지만, 도시 특유의 성격이 짙어서, 세계인들에게는 미국의 뉴욕보다는 단순히 뉴욕!에 익숙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뉴욕보다 런던은 그런 면에서 살짝 부족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데이즈 인 런던>을 보니, 저자가 소개한 어떤 사람이 런더너의 약 50% 가량은 외국인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단다. 와우- 놀랄만하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런던이라는 도시가 국제적 감각을 지닐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보통 여행서는 저자가 여행한 루트를 따라, 대부분 틀에 박힌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여행서를 연달아 몇 개를 보다보면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나마 있더라. 특히 단기 여행으로, 여행서적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다녀와서 쓴 책은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부실함은 둘째치더라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곳을 아무런 특징 없이 사진만 많게 엮은 여행서는 정말이지 눈살을 찌푸리게까지 한다. 난 그런 책보다 장기간 눌러 앉으면서 그곳의 경험과 도시의 면면을 속속들이 소개하고 있는 책이 좋더라. <데이즈 인 런던>은 그런 면에서 후자에 속하긴 했다. 저자가 약 10개월 정도 런던이라는 모던적, 전통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도시에 살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한 것 같았다. 거기다 이 책을 쓴 동기는 단순히 런던 생활의 정리,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그것도 홀로 빈티지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저자 본인이 고국의 런던 여행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가이드 역할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쓰여 진 책인 만큼 요소요소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다. 많은 여행서적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데이즈 인 런던>이 소개하고 있는 장소(특히 특정 건물)는 유독 많고, 정리 또한 깔끔했다.

런던의 교통편에 대해 살짝 소개한 다음, 갤러리, 마켓, 카페, 패션 등의 순으로 런던에 장기 채류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속속들이 소개해주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기보다, 런더너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들이라는 소리일 것이다. 저자가 미술을 좋아하는지 유독 갤러리 소개 분량이 많게 느껴졌는데, 혼자인 이방인에게도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하는 곳 중 갤러리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 런던의 갤러리들은 무료라고 한다.(대부분? 대신 교통비가 비싸다고 한다) 문화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모토가 초반부터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마켓에 대해서는 영화 ‘노팅힐’로 유명해진 포토벨로 마켓이 첫 장식을 하는데, 다양한 런더너들을 구경하기에 마켓만큼 좋은 장소는 없을 듯싶다. 영화로 인해 포토벨로 마켓은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데이즈 인 런던>을 들고 런던 여행을 갈 경우, 소개된 다른 마켓을 가보는 재미도 괜찮을 성 싶다.

런던은 유서 깊은 도시인만큼, 아픔도 상처도 많지만 그에 따른 독자적인 분위기와 문화도 있는 도시다. 뉴욕이나 파리 혹은 도쿄나 서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도시인만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에 대한 목마름은 약간의 해소가 된 것 같다. 내게 런던은 판타지적인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모순의 이분법으로 가득한 도시로 다가온다. 그 모든 것이 한 대 어울려 지금의 런던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런던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데이즈 인 런던>을 밑져야 본전! 이라는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라 권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