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장르안에서 이 책을 굳이 분류한다면 증언문학으로 말할 수 있으며 특히

수작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저자인 프레모 레비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나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1941년 토리노 대학 화학과 최우등 졸업하였다. 유대계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으로 인하여 아우슈비츠 이송되었고

제3수용소에서 노예의 삶을 살았으나 1945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토리노로

돌아왔다.

프레모 레비는 운명의 날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 있는데,

1943년 12월 13일, 1919년에 태어난 그는 약관 24세의 청춘이었으며

그때가 바로 그가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된 날이었다.

그는 4년전 그러니까 20세가 되던 해인 1938년에 만들어진 나치스의 뉘른베르크

 법안을 모방해 만들 일련의 조처로 강요된 격리의 삶이  자신의 비현실적인 버릇을

더욱 굳어지게 했다고 고백한다.

"그 버릇은 나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버릇을 뜻하였는데 그 내면은 온건하고

추상적인 저항의 감각을 기르고 있었다."

이어진 그의 수용소에서의 삶,

그리고 1945년 기적적으로 생존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자신의 집필의도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내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잔학상에 관해 덧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은 새로운

죄목을 찾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정신의 몇몇 측면에 대한

조용한 연구에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의 말 5행-8행

 

..... 그러면 독자는 묻게 된다. 인간 정신의 어떠한 측면을 인식하여야 하는가 하고

 그 답은 이 책을 직접 만나는 이의 손과 눈길과 마음에 명쾌한 답을 주리라고 생각

한다. 총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논리적 연속성이 아니라 긴박함의 순서를 따랐

다는  그의 안내를 따라 독자들을 함께 초대하고 싶다.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소 의식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한 확신은 대개 잠복성 전염병처럼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우연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날 뿐이며 사고체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 암묵적인 도그마가 삼단논법의 대전제가

되면, 그 논리적 결말로 수용소(Lager)가 도출된다.

수용소는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 인식이 존재하는 한 그 결과들은 우리를 위협한다. 

죽음의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이들에게 불길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

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수용소 시절부터 구상되고 계획되었다.

우리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 사람들을 거기에 참여

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이 책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씌어진 것이다. 라고  -서문참조-

   

그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인간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숙고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다만, 그의 만년에 대한 비극적 선택이 이 책을 만나는 이에게, 나아가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질문을 하게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