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여정은 탄생 즉 요람에서 생의 마침표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순간부터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출생이 선택적이 아니었듯이 죽음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임을 누구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저자 아툴 가완디는 외과전공의이며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 2015년에 영국 ‘프로스펙트’지가 선정한 ‘세계적인 사상가 50인’에

선정되었다. 그의 부모는 힌두교도로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했으며

두 분 다 의사였다.  저자 역시 의사로서 외과 전공의 과정 1년 차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자세했는데 삶에 대한 그의 인간존중사상과 충실성을  볼 수 있었다.

이 400 여 쪽에 달하는 책이 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현대와 같이 자아성취를 우위에 두고 몰입하는 세계에서, 언젠가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오거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럴 때 의학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며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는 것 이러한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위해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바로 죽음 앞에서 본인과 가족

의학이 함께 고민하고 묻고 답하는 세계가 이 책에 있다.

영양, 위생, 의료 시스템의 발달로 1900년에만 해도 50세 미만이었던 평균

수명이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60세 이상으로 올라갔고 질병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순간을 상당히 늦춰주었다.

생존기간의 싸이클도 변화하였다.

이전에는 대부분이 자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걸렸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며칠에서 몇 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도 자기 연민도 신의 용서 외에

다른 희망도 품지 말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종은 경의를 표하는 특별한 자리가 되도록 했다. 그런데

현대의학의 발달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의학적 투쟁을 벌인 끝에

죽음을 맞는 양상으로 변하였다. 1945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나 1980년대에 이르자 이 비율은 17%로 줄었다.

게다가 죽어 가는 사람이 스스로를 인식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질 때까지

의학적 처치를 해 대는 마당에 환자가 생각하는 바와 바라는 바를 돌볼

겨를이 없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 앞에서 저자는 의학의 발달이 죽음에 가져온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어떤 건지

의학이 이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변화시키지 못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유한성에 대처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성공적으로 산다는 어떤 것인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중요한 것인지

그 때 의사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말기 질환 환자를 만날 때마다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을

찾게 된다고 고백했다. 다만 동시에 그보다 훨씬 확률이 높은 결과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나 가족들, 의사까지도 빛이 꺼져 가는 상황에 맞서 맹렬히 싸우는 바로

그 점이, 죽음을 맞이할 가장 중요한 준비를 놓치게 하는데 그만큼 생명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크고, 의학은 그것을 위해 숱한 치료법과 약을 투여하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효과 없이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그 시기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죽음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음

에도 매우 흥미 있고, 몰입하게 만들며 함께 고뇌하게 하고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임종을 겪으면서 그가 가장 염려한 건 아버지의 고통을

너무 오래 지속시키는 실수를 범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이미 많은 과정을 거쳐 왔다.

질병의 발견과 그에 따른 의료상의 숱한 탐색과 시도, 수술 등 그리고 어떤 의료적

서비스도 이제는 더 이상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 아침나절 즈음 아버지는 다시 집에 돌아와 자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고통 받고 싶지 않구나” 아버지는 나와 단둘이 있을 때 그 말을 되풀이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고통 받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니?”

“네”내가 말했다.

“죽기까지의 과정을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중이다.

이거, 이 음식이 그걸 길어지게 만들고 있어‘

“깨어 있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옆에 있다는 걸 느끼고, 이렇게 우리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 어머니가 물었다.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기다렸다.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아버지는 깨어 있을 때보다 잠들어 있을 때 평화를 느꼈다.

자연의 한계에 도달한 지금, 아버지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마지막으로 원한 것은

평화로움이었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손자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대신 아이패드에 있는 사진을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활짝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모든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아버지는 다시 무의식으로

빠져들었다. (387쪽~390쪽)

그의 부친은 삶의 여정에서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불굴의 인내와 끈기의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계에 도전하기를 멈추고 주어진 상황

에서 최선을 해야 하는 시점이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저자는 아버지를 도와 바로 그 순간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으며, 저자가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고백한 그 과정은 독자들이 책을 통해 만나보았으면 하는 매우

감동적인 것이었다.

저자는 역설한다. 누구나가 늙어가다가 죽음에 이르는 경험을 정직하게 살펴보기를

꺼려하는 경향 때문에 실제로는 환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더 많아졌고 환자들은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위로와 안식을 거부당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아툴 가완디의 이 저서에서는 암과 기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하였기에  예고된 죽음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더불어 고통

중에 있는 분들과 내 삶의 마무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참으로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 본 리뷰는 <부키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