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1855-1910)은 정약용(1762-1836)의 실학연구와, 정약용의 제자 김상현의 일도 기술한다. 안중근의사의 업적을 이야기한다. 이런 것을 볼 때 황현의 기록에 대한 기본은 예와 의를 바탕으로 시대를 평하고, 백성을 위한 현실적인 것과, 합리적. 실천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인 것 같다. 황현의 친구 김택영에 의하면 황현은 전형적인 성리학자는 아니었으며, 서양의 이용후생술에도 흥미를 가졌고 개화의식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에서 본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동학을 비적이라 표현하며, 처음엔 의병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망해 가는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세력은 결국 의병이라 보고 여러 차례 의병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것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왕과 정치 권세가들에게는 기대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결국 나라가 강탈당한 소식을 듣고, 끝내 자결하면서 남긴 마지막 시에서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라고 탄식하였다. 황현은 자신의 글에 책임을 다한 지식인으로, 얼마나 비장한 자세로 「매천야록」을, 시대를 기록하였는지 알 수 있다. 나라의 기강은 위로부터 아래로 바로 서야한다. 위의 권세는 아래를 돌볼 줄 알아야한다. 아래의 백성은 위를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어긋나버린 망국의 마지막 지식인 황현은 스스로의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