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해 가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 김영사

  저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최근에 펴낸 도서라는 것에 마음이 움직여 집어든 책이 <만들어진 신>이다. 그러나 막상 <이기적 유전자>는 읽어 보지도 못했다. 먼저 나온 책은 다음에 읽고 신간부터 집어 들었는데, 전작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동물행동학,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의 전문분야를 두루 섭렵한 과학자다. 그는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종교의 비합리성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낱낱이 까발리며, 인간 본연의 가치, 신에 구속되지 않은 해방된 인간으로써의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종교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며, 그것이 이 사회 특히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관계에 적용되는지,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알게 모르게 이입 되는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종교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워 질 때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다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전작들에 의해 그와 뜻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 격앙된 표현들이, 조금은 유치한 언어들을 구사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 저자의 의도라 말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내재된 신앙에 대한 믿음을 깨트리길 바라면서, 일부러 반대자들의 의견에 신랄하게 대꾸한 것 같다.

 저자는 종교를 과학과 구분지어 검증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논점들을 내세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사에 간섭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우리의 생각을 읽고, 죄를 벌하고 기도에 답하는 신을 부정한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만든 ‘인격신’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종교에 대한 존중이 너무 지나치다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것들을 설계하고 창조한 초인적, 초자연적인 지성으로서의 종교라는 관점을, 그 정도로 무언가를 설계하고 복잡성을 지닌 창조적 지성은, 오직 확장되는 점진적 진화 과정의 최종 산물로 출현한 것으로 자리를 대신하여 우리가 받아들이길 강요한다.

 지적으로 저명한 수많은 인물 대다수가 기독교를 불신한 것을 이야기하며, <다빈치 코드>와 복음서들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라는 것에서 똑같다한다. 단지 복음서들이 오래된 소설인 반면 <다빈치 코드>는 현대 소설이라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인간사에 있어 종교는 위안과 평안을 제공하고 집단에 연대감을 부여하는 반면 너무 낭비적이고 사치스럽다. 시간을 소모하고 부를 소비하고 적대감을 가중하는 의식, 반사실적이고 반생산적인 종교적 환상들이 없는 문화는 없다. 그 종교적 행동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인류의 역사에서 문화적 모방의 단위인 '밈’을 통해 기독교는 일종의 집단 선택을 통해 살아남았다. 다윈의 이론 중에 이타적 협력구성원들을 지닌 부족이 더 널리 퍼지고 개체수도 늘어난다는 것이 종교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종교는 정상적인 심리적 성향들의 부산물로써 어떤 이점을 제공하며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가 있어 인간이 더 선하다고 말하지는 말자. 종교도 인류의 진화론과 맞물려 진화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많은 광신자들은 기이한 내용들을 오류 없이 도덕의 근원이자 기치관이라 말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부드럽고 온건한 종교도 극단주의가 자연스럽게 번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는데 일조한다. 우리는 종교적 극단주의가 아니라 종교자체를 부정해야한다, 종교 신앙을 자동적으로 존중하라는 원칙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시대정신은 변하다. 앞으로 변하는 도덕적 시대정신을 성서가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현재의 종교 특히 미국사회의 주류인 기독교가 인간의 자연선택적인 자연신보다 못한 상황이라 말한다. 정치적 이용이라든지, 복음을 전파한다는 사명을 띠고 모순적인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에 의해, 인간 이성의 발전해 가는 힘, 즉 알게 모르게 진화해 가는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발전에 의해. 아이들은 종교적 주장들은 다른 모든 주장들이 거쳐야 하는 정당화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배우고 있다. 신앙은 어떤 정당화도 요구하지 않고 어떤 논증에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의문을 품지 않는 신앙이 미덕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미래의 성전이나 십자군 전쟁을 위한 치명적인 무기로 자라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기독교계, 이슬람계 아이’가 아닌 ‘기독교계, 이슬람계 부모의 아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식 속에서 성인으로 자란 아이가 어떤 종교를 선택하든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 그런 의식 속에서 타종교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믿음을 통해 질문하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라. 우리는 소중히 아껴온 유산을 버리지 않고서도 신앙을 포기할 수 있다. 우리의 문화에 충분히 녹아 흐르고 있는 이성을 신뢰하고 믿으니까. 우리 삶은 우리가 선택한 만큼 의미 있고 충만하고 경이롭다고 보아야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정신을 만족시키는 과학의 능력을 알고 있고,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우리가 교육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우리의 검은 부르카를 찢고, 아주 작고 아주 크고 아주 빠른 것들을 직관적으로 그리고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직 정확한 답은 알지 못하지만, 인류는 이해의 한계를 점점 넓히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보여 지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믿는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믿지 않는다 해도 마음의 믿음이란 것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진화와 과학에만 의존하여 인간의 삶을, 문화를, 사회를 이해하기란, 감당이 안 되는 커다란 무게에 짓눌린 느낌이랄까. 그러나 읽으면서 마음의 겉옷을 한 꺼풀 벗어버리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믿음을 믿는다는 것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되라고, 비이성적 집단적 종교에서 탈피하라고, 종교를 지나치게 삶의 일부분인양 인식하며 살지 말라고. 제발 진화해 가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이성적,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생각하여 나 자신과 이웃을 보라고. 진화설과 과학이 충분히 그것을 도울 수 있다고. 알게 모르게 내재된,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란 고리를 벗겨버리고 신에 대해 따로 떨어져 나와 좀 더 논리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종교가 있든 없든,  신을 믿던 믿지 않던 이 책을 읽기를 잘 한것 같다.

만들어진신, 리처드도킨스, 종교, 인격신, 인간의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