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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광장을 꿈꾸며

-「광장」/ 최인훈 / 문학과 지성사

광장! 인간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일까? 개인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 경제, 정치, 문화 등의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 꼭 이런 목적을 위한 행위들이 아니더라도 무리지어 있는 곳이 광장이다. 또한 개인과 사회․무리의 소통의 장소이다. 인간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광장이 된다. 그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닌, 인간 무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며 최인훈의 「광장」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좀처럼 쉽게 풀려 읽어지는 책은 아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유와 상념의 광장을 활짝 열어놓고 읽기를, 현재와 과거의 역사, 정치, 민족 문제들을 더듬으면서 읽기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이명준의 개인적인 사랑까지 합쳐서! 그러나 그 개인적인 사랑의 힘이 그 어느 것보다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뒷부분 설명을 읽으며 이해되었지만, 작가는 이 책을 전체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6번씩이나 수정했다고 한다. 덧붙여 중요한 것은 한자어를 비한자어로 고쳤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일정부분 책 속으로의 답사가 힘에 부쳤는지도 모르겠다.

석방포로 이명준은 인도 배 타고르호를 타고 중립국으로 가는 중이며, 그 바다 위에 배를 따라오는 두 마리의 갈매기가 있다. 이명준은 갈매기를 허깨비처럼, 감시자처럼 짜증스럽게 바라보며, 책 말미에선 죽이려고까지 하나, 실상은 그에게 그의 죽음에 커다란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그는 어린 시절을 중국도시에서 보내고, 해방이 되자 어머니와 서울로 온다. 그 해에 아버지는 북으로 간다. 아버지는 인텔리에 속했었고, 그리고 코뮤니스트였다. 그 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친구인 은행장아저씨의 집에서 그의 아들 태식과 영미와 함께 지내게 된다. 영미의 소개로 윤애를 알게 되고, 대학 신문에 시를 투고하기도 하고, 부르조아식의 삶을 살지만 그것이 제 것이 아님을 안다. 그는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두 번 경찰서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그 후 인천 윤애의 집에서 기거하다 1949년 윤애에게 말도 없이 월북한다.

그 사이 사이 이명준은 남한 광장의 부패함을 일일이 나열한다. 특히 정치광장의 부패함을 열거할 땐, 이 책이 몇 십 년 전에 집필된 것인데도 그 현상이 지금의 정치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인간의 무리지어 삶이 다 그러한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 이명준 개인의 공간, 그의 방에까지, 그의 마음의 방까지 침범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의 방! 그곳은 개인이 혼자 편히 뒹굴 수 있고, 사색하는 공간이 되는 곳이다. 그 곳까지 침범당한 후 그는 남한에서의 삶을 버리고 월북하게 된 것이다.

월북 후 이명준은 신문사에서 일하며, 아버지를 만나고, 두 번째 애인인 은혜를 만난다. 은혜는 국립극장 발레리나이다. 그러나 얼마 후 은혜도 그의 곁을 떠난다. 그는 남한 광장의 난잡함에 희망을 잃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북으로 갔으나, 그 곳에서도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 그 즈음 6.25전쟁이 발발하며, 그는 정치보위부원으로 서울에 내려오게 된다. 그 곳에서 태식과 결혼한 윤애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경찰서에 잡혀온 태식을 풀어준 후, 그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낙동강전투에 참가하게 되면서 은혜와도 다시 만난다. 은혜는 간호장교로 와 있었던 것이다. 이명준은 그 혼자의 방인 동굴에서 은혜와 사랑을 나눈다. 은혜는 자기는 딸을 낳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 곳의 치열한 전투에서 은혜는 전사 했으며, 이명준은 포로가 되어 거제수용소에 있다, 중립국행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명준은 광장에서 찾을 수 없고, 이룰 수 없는 것을 사랑에서 찾으려 했다. 광장에서 버림받아지고, 채워지지 않는 것을 사랑에서 찾으려 했다. 광장에서 휘둘림 당하고, 채찍 맞은 가슴을 사랑으로 채우려 했다. 이렇게 이명준이 우리에게 던져준 ‘광장’은 있어도 없는 것이며, 나를 채웠다가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광장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올바른 광장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개개인을 아우르는 무리가 모일 수 있는 곳! 이익집단들의 변질된 장소가 아닌 진정한 광장! 우리가, 이명준이 원하는 광장의 모습은 진정 이런 곳이 아닐까? 또한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 같다. 작가는 그렇게 광장과 사랑을 절묘하고 오묘하게 버무려 놓았다. 국가와 이념과 개인의 삶을 그렇게 어려운 언어들로 표현해 놓았다.

이명준은 실존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남한 민주주의를 실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순수성을 잃어버린 코뮤니즘도 비판하고 있다. 그렇게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그는 중립국을 선택했을 것이다. 또한 배를 따라오는 두 마리 크고 작은 갈매기가 죽기 전 은혜가 이야기한 ‘딸을 낳을 것이다’란 말로 귀결되면서 사랑을 쫒아 개인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광장에 책임이 있다. 든든한 초석과 기둥 없이 새워진 민주주의에 책임이 있을 것이며, 민중의 혁명 없이 새워진 코뮤니즘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 또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이 사회가 그래도 살아갈 맛이 나는 사회로 만들려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개개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우리는 촛불 집회 등 광장에 모여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하나의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밑바탕이 되길 바라며, 조국을 떠난 이명준이 다시 우리 민주주의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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