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편안한 공간이 있다. 그것이 어떤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특별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특별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나를 다잡기 위한 명상을 할 수도 있고, 반성을 할 수도 있는 공간이나 시간. 작가에겐 ‘오로빌’이 그런 공간이 아닌가싶다. 나에겐 책이 위로와 소통의 수단이며, 반성과 위안의 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도 나에게 위로와 다시 또 살아갈 수 있는 힘과,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와 단초가 되었다고나 할까.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란 뜻으로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스리 오로빈도’와 그의 아내 ‘미라 알파자’에 의해 1968년 개척되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라 한다.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은 인간을 과도기적 존재로 보며, 더욱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미완성의 존재로서 선의지를 가지고 완성을 향해 가는 변화 가능성을 항상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이념에 바탕을 두어 생성된 곳이 오로빌이다.

이곳에는 노동의 기준도 교육의 개념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자본에 물들여진 우리와는 다르다. 개개인의 만족감이 제일 우선인 노동, 그것이 공동체에 기여하는가, 쓸모 있다는 자각을 심어주는가라는 물음이 첫째다. 교육도 아이들 스스로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 개인 모두 행복한 존재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책임지는 학생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남과 다르게 산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곳. 그곳이 오로빌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력중이며, 실험중이다. 완벽한 이상향은 없기에. 더 높은 경지의 인간으로 진화하기 위해. 더 좋아지게 할 수 있다는, 최선을 다 한다는 자부심. 자발적 헌신이 있는 곳.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오로빌은 젊다. 또 이곳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바깥세상은 이곳보다 더 한 곳이기에 이곳에서 실험하며, 나를 찾아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곳의 게스트로 들어가 선입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우리 내와 비교하며 삶을 설명해 주고 있다. 조곤조곤히 때론 격하게 우리의 삶은 위로하고, 보듬는 작가의 시선이 부드러워서 좋다. 안정적인 것이 때론 정체된다는 것. 생활의 편안함을 주지만, 정신고양을 지체시켜 삶의 권태와 싸워야 한다는 것. 우리를 나를 다시 한 번 깨운 말이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행복하지만 그로인해 불행하기도 하다는 것. 사랑은 행복의 원천이면서도 불행의 씨앗인 것. 이런 이중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생각하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중성들에서 ‘나’를 찾는 것. 나의 중심을 세우는 것. 나의 주체로 사는 것.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할 삶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내 버려두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삶의 모험과 탐험 없이 안정적인 삶에 젖어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안락하게 흘러가는 삶이 내 복이라 생각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지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몇 년을 주부로 아이들의 엄마로만 지내온 나를 반성하게 도와주고 각성하게 해준 오로빌에 고맙다. 내 생의 새로운 모험을 생각하고 있는 요즘 두려워하지 않도록 도와준 작가에게 고맙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나의 용기에도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