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에 봄의 향기가 묻어 밀려오고 있다. 어느 날은 얄궂게 냉랭한 찬 기운으로, 어느 날은 날아갈 것 같은 가벼움의 근지러움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도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인간 이기심의 극한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그르누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인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지만, 인간의 냄새로 사랑을 찾는 그르누이. 그러나 그는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향기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부재인 인간의 살 냄새를 사랑한 것이다. 그가 갖고 있지 못한 인간의 살 냄새는 그로 하여금 시기와 질투, 욕심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며, 살인으로 그것들을 차지하려 한다. 선악의 개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시대와 환경을 원망해야할까? 아니면 성선설. 성악설에 따라 그를 안쓰러워하며 보듬어 줘야할까? 외로움과 고독도 그에겐 고통이 아니다. 아니 고통을 모르는 감정의 무감각성. 오로지 코의 후각만이 밀도 있게 발달한 인간.

책에서 아무리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의 채취법과, 매혹당할 정도의 향수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그르누이의 지독한 이기심을 치워버린진 못하겠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이것일꺼라는, 내 자신의, 인간의 끝 간 데 없는 이기심을 파헤쳐 널브러지게 만들려는 악독한 작가의 천재적인 필력이 밉다. 『좀머씨 이야기』에도 서려 있는 생각이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가 굉장히 깊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르누이는 스물 다섯 명을 살인한 죄로(아니 스물 여섯 명이다.) 처형대로 끄려가나, 향수를 이용하여 탈출한다. 그러나 그는 깨닫는다. 진정한 인간의 향기란 향수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은 그렇게 타인들과 같은 삶을, 향기 진하게 배어 있는 삶을 살수 없다는 것을. 결국 그는 자신의 육체를 다른 인간들에게 뜯어 먹히게 하는 향기로, 향수를 마지막으로 사용한다. 의도적 죽음을 선택한다. 그러나 끝까지, 죽을 때까지도 사람들의 곁에 있고 싶어 한 그루누이는 오히려 인간들이 그리운 것이 아니었을까? 진정으로 사랑을 갈구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냄새나는 그들의 곁에 같이 머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