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바람 한 점이 바다를 건너는 배들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할 수도 있지....

우리는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을거다. 파벨, 절대로."-11

책을 받아든 순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던, 650여

쪽에 달할만큼 두껍고 묵직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지레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노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다. 도대체 환타지 소설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리만큼

옥사를 만나는 순간부터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 평범했던 소녀 옥사는

갑자기 영국으로 이사해서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그 즈음 옥사에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런 이사는 물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들, 처음 만났음에도 분명히 옥사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듯한 선생님의

기분 나쁜 눈초리와 학교 선배의 집요한 괴롭힘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절친인 구스도 같이 이사를 왔고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었다는

사실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부 어제와 똑같았다. 조금 피곤할 뿐이었다.

하지만.....-49

꼬마 마녀의 탄생인가? 옥사는 손가락으로 아니 눈으로, 생각만으로 인형의 머리

카락이 하늘로 솟아오르게 하고, 손바닥에서 불꽃이 나가게 하고,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이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 겁이 날만큼. 드디어 오랫동안 꽁~꽁~ 봉해져있었던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옥사도 뭔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은 보이지 않는 땅, ‘에데피아’에서

도망 나왔으며, 옥사가 그 땅의 새로운 여왕이 될,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이라는

사실까지 모두다. 그녀에 관한 모~든 비밀을 알고 있고, 항상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구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열 여섯 살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놀랍고 버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아니 자신도 모르던

능력으로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키던 옥사는 할머니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그의

동족들에게 하나둘 배워가면서 점점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처럼 호시탐탐 옥사와 에데피아를 노리는 반란군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인정해야했다. 적들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행복과 평화를 깨트리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맥그로우 선생의

야비한 공격이 여러차례 이어졌고 옥사도 큰 고비를 넘기지 않았던가. 자신들도 모르게

힘을 키워온 적들의 정체도 하나둘 밝혀지고 그것은 물론 그들과 일전을 벌여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앞으로 옥사와 구스 그리고 동족들에게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험난한 행로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에데피아로 돌아

갈 그 날을 기대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오, 구스, 너도 알겠지만 현실은 때로 소설보다 더 놀랍단다."-573

 

옥사폴락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