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어린 날에 주를 이루었던 수단이랄까. 가깝든 멀든 편지를 나누며 마음을 나눴었다.

봉투에 담긴 그 설렘들은 날 즐겁게도, 슬프게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편지함을 매일 뒤져봐도 편지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작은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괴짜 주인공 모리타. 그는 엉뚱하게도 좋아하지도 않는 해파리나 연구하고 있다.

크나큰 스승님이신  교수님의 '깊은 은총'으로 인적하나 없는 노토 해변에 떨어져 만돌린이나 뜯으며 이상한 정력 강장제나 홀짝이고 있는 다나구치씨와 함께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 둘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여자친구의 '가슴'에 빠져 허우적 대는 친구 마시멜로 고마쓰자키의 연애 상담 역으로, 지긋지긋한 오쓰카 선배에게는 달갑지 않은 안부를 나누며 등.

이 책의 묘미는 편지들의 연관성에 있다. 한 사람의 편지만 읽으면 모르지만 한장 두장 읽다보면 모든 인물들이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마미야 군의 사랑하는 새로운 과외 선생님인 마리 선생님은 결국 마시멜로 고마쓰자키의 여자친구이고 그 셋의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라는 것을 독자는 눈치챌 수 있다. 직접 언급하는 부분은 없다. 답장으로 온 편지도 없다. 독자가 스스로 알아내는 것. 그게 이 책의 포인트 중 하나다.

모리타는 젊은 대학원생이다. 파릇한 나이에 사랑도 하고 선배를 미워하기도 하며 파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젊음을 주체하지 못해 새워가던 밤들과 여행, 친구들, 학교, 사랑...

달콤했지만 씁쓸한 젊은 날의 추억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맞을까.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건 비단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지속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만큼 달가운 청춘이다. 모리타도 그걸 알고 열정적으로 그의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리운 청춘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면 올 봄 , 연애 편지의 달인인 모리타를 만나는게 어떨까.

씁쓸하고도 달콤한 초콜릿 같은 매력의 모리타에게 빠져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