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매우 감명 깊게 느낀 시가 있다. '승무'라는 시가 바로 그것인데 화려하지 않으면서 마음속을 휘젓는 하이얀 춤은 충격이랄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슬픔을 춤으로 표현하며 글자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춤사위는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었다.

한참을 그 시에 빠지고 잊혀질 무렵 내게 하나의 책이 선물되었다.

 

야호! 춤을 추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춤에 대하여 쉽게 쓴 책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춤이 세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교과에서도 배우고 있지만 우리 춤은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에서 두고 두고 기록해주는 책이 나와 나로는 기쁠 뿐이다.

이 책은 궁중춤, 의식춤 할 것 없이 중요한 춤들은 알기 쉽게 소개되어 머릿 속에 콕콕 박혀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승무까지도. 머릿속에 그려 왔던 그대로 나와 감탄했다.

 

머리말을 읽어보니 이 책의 작가 김 지원씨도 승무에 영감을 받아 춤을 시작했다고 한다.

'동지애' 비슷한 것이 머리를 들고 일어나 책 한권을 단숨에 읽어냈던 것 같다.

전면 컬러로 된 사진과 그림들은 이해를 쉽게 도왔고 섹션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붙어있는 설명들은 아이들이 쉽게 따라하고 읽으며 춤의 이해를 더욱 확실하게 했다. 꾀꼬리 같은 춘앵전의 나긋한 미소도 섬세한 슬픔이 숨쉬는 승무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글솜씨에 뛰어난 기교는 없는데 이상하게 글마저도 춤추듯 읽힌 건 무엇일까.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듯 술술 읽혀내는 책을 당해낼 이성이란 없던 것 같다.

숨쉬는 것도 잊을 만큼 조용히 책에 빠져들어 그렇게 시간을 보냈나보다.

아이들보다 먼저 읽어보겠다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고갤 들어보니 벌써 새벽 4시였다.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큰 아이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데 연주란 의례 그렇듯 춤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자신이 무심코 연주하던 곡들을 알고 배워서 좋다며 웃음 짓는데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린 동생들 조차 하루종일 책에서 배웠던 춤사위를 이리저리 추는데 우리 춤이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기쁘고 흥겹게 해주는 구나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뿌듯한 마음이 오래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집에 있어 두고 두고 읽혀둬도 좋을 책이란 이런 걸까. 오늘,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