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이후에 두번째로 만난 살림 출판사의 책.. 놀라운 책을 한권 만났다..

시크릿도 겉모습부터 눈을 사로잡더니.. 이 책 또한 비슷한 갈색풍의 고풍스런 표지부터 눈이 갔다..

리본까지 두른 것이.. 꼭 나에게 온 선물같은 기분이었다..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고 '랜디 포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처음 책의 소개를 접했을때는 '암에 걸린 남자의 마지막 강의'라는 설정이.. 어떤 상투적인 무언가를 떠올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책을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읽어내고.. 그 여운속에 또 한번 읽어내게 하는 책을 내 인생 처음 만나고 보니..

서평을 쓰고자 앉아있지만.. 넘쳐나는 이 마음을 짧은 나의 글솜씨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망설였었다..

누구나 다 너무나 맘에 드는 사람앞에서는 더욱더 가슴 떨려하며 횡설수설 해 본 경험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의 내 마음이 그런 때와 딱 같으니..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다..

 

사람들로부터 극착을 받았던 책 '시크릿'을 읽었을때는 사실 별 느낌이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강하게 희망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의 전체적인 핵심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나태해진 내 마음에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만난 몇권의 인생에세이류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책들을 읽을때도 딴 세상 이야기인냥 마음 깊이 다가오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이 책..

내 머릿속을 송두리째 흔드는걸로 모자라.. 내 마음을 흔들고.. 내 시야의 촛점까지 흔들어놓았다..

어떤 자기 계발서를 읽었을때보다도 나는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랜디 포시..

그는 큰 동물인형으로 여자친구에게 구애해 본적 있는 로맨틱한 남자이기도 하고, 그 여자와 결혼에도 꼴인해 세아이를 둔 행복한 남자이기도 하다..

훌륭한 부모님을 두었으며, 컴퓨터 공학에 능통한 일벌레이기도 한 인기 많은 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 췌장암 진단으로 3달에서 6달 정도만 살 수 있을거라는 진단을 듣게 된다..

그런 후 받게 된 마지막 강의 제안..

사람들에게 자신만이 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수락하게 된다..

또한 강의의 동영상은 자기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린 그의 아이들 <5살 2살 1살>을 위해 아빠가 남기는 유산의 의미를 두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 강의때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해 보충한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웃다가.. 울고..

그리고 또 웃고.. 그리고 또 울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 내 엉덩이에 혹시 털이 났어도 몇번은 났을거라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울고있다..

눈물을 꿀꺽꿀꺽 삼키며 보다.. 결국 한번 터진 눈물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일하는 중간 중간 아껴 보다.. 세번째 장. '모험............그리고 교훈'에서..

랜디 교수의 암이 췌장에서 간으로 전이됐다는 선고를 받는 장면부터는.. 도저히 가게에서 읽을수가 없어서 우선 덮었었다..

그렇게 덮고도 한동안 눈에 눈물이 뵈여.. 마음을 진정시켜야했다..

 

진료실을 떠나면서 나는 어제 워터파크에서 쾌속 미끄럼틀을 즐긴후 그 감흥을 간직한 채 재이에게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만약 내일 결과가 안좋아도, 살아서 오늘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아주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해. 우리가 어떤 결과를 들을지라도 그 순간 당장 죽지는 않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러니까 오늘 바로 여기만 생각해. 기가 막힌 날이잖아.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 

내 말을 들으며 미소 짓던 재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이제 남은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대학교 3학년때 휴학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여동생이 갑자기 아팠던 것.. 평소에 잔병 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고 밝은 그녀였는데.. 학교에도 못가고 며칠을 끙끙 앓다가.. 찾아간 병원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전해왔다..

뇌종양 이라는 것.. 그것도 숨골 근처라 조금 까다로운..

그렇게 병원 생활이 시작되고.. 나는 살아서 할 기도를 그때 다 했던거 같다..

당연히 항상 곁에 있을 줄만 알았던 누군가가.. 그것도 너무나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만으로도 너무 힘겹고 슬픈 나날이었다..

다행히 수술과 그 후 방사선 치료등을 용감히 이겨낸 동생은 지금은 5년내 재발도 되지 않고 아주 건강히 지내고 있다..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뎌준 동생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또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고 세상이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얼마나 웃긴건지.. 그 처절하게 절실했던 마음조차도 세월속에 무뎌져 간거다..

그 마음을 다시 꺼내준 이 책.. 정말이지 너무 고맙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원체 낙관적인 랜디.. 진정 남아있는 시간을 즐기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모습인데..

주책맞게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짠한지..  

랜디는 나를 보고 웃어주었지만.. 나는 자꾸 자꾸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은.. 그와 함께 슬푸고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는 것이었다..

또한 몇년 전 내 마음이 떠올라 제이의 마음이.. 더욱더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간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 랜디의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기는.. 희망의 눈물이기도 했다..

 

죽음이란 것.. 아직까지 나에겐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무엇이,, 그것인지도 모른다..

유한한 인간의 삶을 떠올릴때서야.. 비로서..

바보같은 나는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게 깨닳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랜디에게 너무나 미안할 거 같기에..

"제발 죽지 말아요." 랜디..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쓸것인가?"

랜디가 처음 서문에서 자기 자신에게 던진 이 질문..

과연 랜디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