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상황 묘사라든가 심리 묘사 모두 탁월하다.. 지금은 영화까지 보고 온 상황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직업 설정만 약간 바꾸었을뿐 결말까지 책의 내용에 꽤 충실하였다.. 그만큼 원작이 손 볼 여지가 별로 없을만큼의 수준이었다고 생각되기도 하는 바다.. 영화가 깜짝깜짝 놀래키는 영상과 음향으로 공포를 일으켰다면 책은 그 감촉의 상상이라든가.. 등등 오감에 충실한 상상으로 훨씬 즐거웠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

열차가 갑자기 기우뚱했다. 카우프만은 균형을 잃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그는 지탱할 것을 찾아 손을 뻗었다. 흔들리는 팔로 감싸 안은 것은 옆에 있는 시체였다. 미처 되돌릴 틈도 없이 그의 손은 미지근한 살 속으로 들어갔다. 손가락이 죽은 여인의 째진 근육을 움켜잡았고 손가락 끝에 등뼈가 닿았다. 그의 뺨은 시체의 허벅지에 닿았다. 카우프만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p61

영화에서는 약간 변형된 장면이기도 한데, 책에서의 이런 묘사는 정말 썸득하지 않은가.. 또한 살인자가 죽어가는 순간의 감각에 대한 묘사또한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마호가니는 물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는 보고 듣지 못할 감각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죽음,그것이 그를 찾아왔다. 그의 손은 아직 바짓가랑이의 흔들림과 살에 돋는 뜨거운 핏물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들이 마지막 감각을 포착하려고 애쓰는 동안, 그의 생명은 까치발을 하고 비틀거리는 듯........꼬꾸라졌다. 그의 손과 생명과 신성한 의무는 잿빛 살덩어리의 무게에 짓눌려버렸다. p64

역시 이런 묘사는 영화가 책을 따라올 수 없는 절대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아직 남은 더위를 싹 잊게 해줄만한 책.. 완벽한 공포로 뼛속을 간질이는 광기의 유혹을 꺼내줄.. 원초적이지만 죽음에 대한 약간의 철학을 엿볼수도 있는 책.. 나의 즐거움을 기꺼이 별 다섯개로 보답한다.. 하지만 약간의 책구절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임산부나 노약자, 그리고 심장이나 비위가 약한 사람은 권하기 힘든 책이라는거..!! ^ ^

 

그러니 읽어라. 읽고 배우라. 어쨌거나 최악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고, 숨이 멈추기 전에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  <’피의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