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게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받기 전부터 많이 기다리고 설레였던 책이다.. 책의 제목에 한번 반했고, 책의 표지에 두번 반했고, 책의 설정에 세번 반했다.. ^^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이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에 관한 책이다..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임순례, 은희경,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는 평소에 많이 들어 아는 사람이었고, 김탁환, 이진경, 변영주는 이 책을 통해 처음 관심 갖은 사람들이었다.. 정혜윤씨가 인터뷰 형식으로 이들을 취재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중간중간 따옴표 안에 나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이며, 따옴표 없이 나오는 것이 정혜윤씨의 목소리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독서라는 공통 분모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책이란 무엇인지,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기 영향을 받은 책은 어떤것인지,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등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이 책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느냐 하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준비 운동까지 하려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혜윤씨를 검색하다 그녀의 전 책, '침대와 책'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바로 주문 들어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실망했었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도 있었지만, 책은 공감보다는 놀라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대적 빈곤감? 도대체 나는 그동안 책도 안보고 머하고 허송 세월을 보낸 것일까?하는 자책들.. 나는 우울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중간에 책을 덮었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열심히 찾아보니 나보다 더 긴 독서 생활을 해온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겼다고 하는 걸 보고 굉장한 위안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 책은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열었다.. 모르는 책이 나오면 당연한 것이고, 그나마 내가 아는 책이 나오면 아싸~반가운 것!이라는 마음 자세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우울한 기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11명의 독서가들이 이야기하는 책들을 나의 위시 리스트에도 채워넣을 수 있었다.. 그 양이 어마어마하긴하지만.. ^^;;

이 책은 그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그것에 대한 정혜윤씨의 생각이나 경험을 덧붙이는 식으로 책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매혹적인 그들의 목소리보다 해설 부분에 해당하는 정혜윤씨 목소리가 더 큰 느낌이라 조금 거슬렸다.. 책은, 소재가 되는 그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돋보이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혜윤씨 그녀의 책이기도 하니까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정혜윤씨 그녀의 책이기도 하고 11명의 독서가들 모두의 책이기도 하다는게 내 생각이라 조금 아쉬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한가지 것을 이야기하면 그 한가지 책에서 여러가지 것들로 가지치기 하며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샘 났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같아도 어떤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것이 무한하다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졌을테니까.. '박노자'가 고대그리스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정혜윤 자신이 사랑하는 마녀 키르케에 대해 쓰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 그 오버스러운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전반적인 소감은 이렇다.. 내가 읽지 않은 많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때, 물론 마음을 비웠지만 뜬구름 잡는 심정이 들었던 것.. 나중에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나의 역량을 조금 더 키워서 그들이 말하는 책의 이야기 속에서 같이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책을 읽으면서 꼭 읽고 싶어진 책 이야기..

진중권의 목소리.. 발터 벤야민의 <베를린의 어린 시절>

그가 말하는 도서관 놀이 : "도서관에 가서 놀아본 사람은 다 알 거예요. 아무 데나 가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면 다른 책의 인용으로 이뤄진 게 첵이란 걸 말이죠. 그래서 독창성이란 건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 자기식으로 배치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이현의 목소리..

그녀의 엄마가 빼놓지 않고 사 둔 이상문학상이나 현대문학상 수상집,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에게 어떤 책은 그 책을 만나는 순간의 나 자신의 상황과 관련해서 의미가 있어요. 이를테면 존 치버의 단편 <다리 위의 천사>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폴 오스터나 레이먼드 카버를 읽었을 때보다 나 자신이 더 불안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정혜윤의 목소리..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세상의 모든 아침,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공지영의 목소리..

< 반갑습니다~ 공지영님 진짜 공자의 78대손이라고 하니 정혜윤씨는 놀라시네요.. 79대손인 제가 읽고 조금 으슥했습니다~ ^.~ > 

그녀가 좋아하는 책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 토마스 만의 단편들과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 앤소니 드 멜로의 <깨어나십시오>,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쓴 <보이지 않는 도착적 폭력>, 안셀름 그륀 신부가 지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공지영님과 정혜윤의 공통의 수다중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허삼관 매혈기,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정말로 책 속에 길이 있고 구원이 있었어요. 나는 살기 위해서 책을 읽었어요. 결국 그것들이 나를 이끌어냈어요."

김탁환의 목소리..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장정일의 시들.

"읽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페이지를 넘겨서 다시 찾아가야 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

임순례의 목소리..

<모히칸족의 최후>, 공선옥의 <피어라 수선화>와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 살>,

비슷한 동시대의 작가들은 이 사회를 어떻게 보나 관심을 갖게 되어.. <이상문학상 작품집><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은 꼭 사 본단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심하게 공감하며 위시 리스트를 채운다..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된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 <내가 사랑한 침팬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스콧 니어링 부부의 책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고 채식을 하게 되기도 한다.. 달라이 라마의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오 자히르>,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동행>

정혜윤이 임순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폴 오스터의 <고독의 발명>

은희경의 목소리.. 닥치는 대로 한 바퀴 도는 독서 편력의 그녀..

리허설 없는 이 세상에선 어느 경우엔 머릿속에서 연습된 고통도 도움이 된다. 어느 경우엔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는 것이 자기를 엉뚱하게 객관화시키기도 한다.

존 레넌의 <모반의 카리스마>를 읽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고..

그녀가 소설을 쓸 때 읽었던 책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 쿤데라의 <느림>,친기즈 아미트마토프의 <백년보다 긴 하루>,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장 그르니 ;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이 독서..

이진경의 목소리.. "제게 있어서 진지함은 뭐냐면, 옳다고 믿으면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거죠."

그의 책 <철학과 굴뚝청소부><노마디즘>,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성>,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

김현의 <시칠리아의 암소>, 푸코의 <말과 사물>

정혜윤이 말하는 푸코의 책<광기의 역사>

성철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고 깨달음을 얻은 그.. "그때 '나는 다 잘했다. 나를 기준으로 남들은 잘못했다.' 그 생각을 버린 거죠. 내 생각이 옳다는 걸 내려놔야 남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섞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불교에서 자아를 적으로 삼는 걸 알게 되었고요."

변영주의 목소리..

<이광수의 전집><나쓰메 소세키의 책들>,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그 남자네 집>,

그녀의 영화 <밀애>는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이번 영화는 미야베 마유키의 <화차>를 원작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영화 발레 교습소 흥행 실패후 반성 여행중 가네시로 카즈키의 <레벌루션 No.3>를 읽고 행복에 대한 강박 관념에 대한 반성을 했다고..

<해변의 카프카> <슬램덩크>

신경숙의 목소리.. "인생이 단절될 때마다 책이 있었어요."

외울 정도로 읽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자신을 낮추고 싶을 때 읽는 <스콧 니어링 평전>

문소리의 목소리..

"지금은 어떤 스타일이냐면 근심거리가 있으면 많이 흔들리는 편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걱정스러워할 정도로 많이 흔들려요. 바로 그럴 때 책을 읽어요. 어느땐 내 인생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어려운 책을 이삼 일 죽어라 읽어요. 한번은 <리오리엔트>란 책을 꺼내서 읽기도 했죠. 임순례 감독이 추천한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도 어려워서 그냥 던져두었다가 얼마 전에 다시 읽었죠. 책은 견디기 힘든 시간을 지나게 해줘요."

<애니어그램의 지혜: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9가지 성격 유형>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박노자의 목소리..

"<장자>를 제일 좋아했어요. 장자의 곱사등이 이야기 아시지요? 곱사등이를 모든 세인들이 불쌍하게 여겼는데 전쟁이 닥치니 남정네들 다 징발되고 곱사등이는 곱사등이니까 징발 안되고 살아남아요. 즉 쓸모없는 것은 좋은 것이다.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면 행복하라. 이런게 좋았어요."

아쿠타기와 류노스케의 스물 아홉 권짜리 설화집 <곤자쿠모노가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