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 수 있다.

 

루이즈가 어느 날 바에서 만났던 남자. 이혼해서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던 그녀에게 살짝 불어 닥친 훈풍은 확실히 좋았다. 그런데 아, 글쎄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갔던 이 남자 데이비드 마틴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상사로 출근하다니, 게다가 유부남이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앞에 급 좌절 해버린 루이즈는 우연찮게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을 만나게 된다,

 

 

이 관계는 분명 문제 있어 보인다. 금지된 남자의 아내를 그도 모르게, 또 아델에게도 데이비드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일절 알리지 않은 채, 두 사람을 동시에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만남을 교묘히 이어간다. 그런 관계가 가능했던 이유도 아직 데이비드에게 미련이 남아서이기도 하지만 같은 여자끼리 묘한 연대감 내지 우정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출근한 날과 쉬는 날의 이원화를 통한 관계. 그런네 아델의 얼굴에 멍이 있다. 루이즈-아델을 오고가는 화자의 시점을 보면 데이비드는 아델을 끔찍하게 혐오하고 있고, 아델은 남편의 냉담에도 그의 사랑을 갈구한다, 이 남자는 나쁜 남자일까? 아내에게 약 먹여서 재우려 들면서 자유대신 속박하는 것 같은데 최근 출간된 비슷한 제목의 <비하인도 도어>에 나오는 남편과 비슷한 부류가 아닐지 의심이 든다.

 

 

그런데 남편 쪽만 이상한 게 아니라 부부가 쌍으로 미친 것 같다. 둘 중 하나는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는데 종잡을 수가 없다. 루이즈와 아델의 시점 중간 중간 과거 어느 날이 계속 삽입되는데 이 부부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려줄 단서인 듯 싶어 계속 신경 써가며 읽어 나갔다. 혹시 루이즈의 야경증에 결정적인 복선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상상도 해봤는데....

 

 

모두가 역대급 반전이라고 했던 후반부는 뭥미 라는 단어가 적절한 것 같다. 갑자기 판을 뒤집어 버리니까 논리적으로 연결하기란 무리가 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그냥 마음먹은 대로 일어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면 나름 타당성 있는 설명을 내가 놓쳐버린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비현실적 결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 연결고리의 트릭은 경악스러웠다. 진정 광란의 사랑을 위해서 희생당한 숙주들에게 삼가 묵념을 올리는 바이다. 좀 꼴리기는 했고.